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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와 언어학, '-ㄹ 수 있-' 구문?

"프로그래머라면 단순 반복 작업은 뭐든 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어야 할 수 있지"내가 실제로 했던 말실수다. 원래는 '프로그래머라면 단순 반복 작업은 뭐든 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 수 있어야 하지'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꼬였다.(원래 하려던 말도 좀 이상한데, 내 말 뜻은 하나의 코드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임의의 단순 반복 작업에 대해 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코드를 하나씩은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내 의도는 내가 아니까 원래 말하려던 게 '...만들 수 있어야 하지'라는 것도 확실하고, 실제로 말한 문장이 말실수라는 것도 확실하다.위 말실수 사례는 '-ㄹ 수 있-'의 통사적 단위성 (즉 구문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ㄹ 수 있-'을 더 분석해서 관..

언어학 2022.09.22

22년 9월 일본어 오픽 시험 AL 후기

(덧붙임: 결과는 AL이 나왔다.) 일본어 시험이지만 영어 OPIc도 어차피 거의 똑같이 진행된다. 아래 내용의 질문도 대답도 영어 OPIc에 그대로 가져다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도 대답도 3년 반 전에 봤던 OPIc 시험들이랑 대개 비슷했다. 완벽히 답한 건 아니지만 크게 꼬이거나 멈추는 일 없이 거의 주욱 말했으니까, 평가 기준이 바뀌지 않았다면 AL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침묵이 길어지면 안 좋다고 봤던 거 같아서 '에...'를 엄청나게 많이 했다. 질문을 또박또박 천천히 읽어 줘서 리플레이는 거의 안 했다. 모든 문제(아마 하나 빼고)에 대해 time for the next question이 나올 때까지 대답했다. 시험이 다 끝나니까 타이머는 34분 정도 지나 있었다. 생각 안 나는 단어는..

카테고리 없음 2022.09.21

'선 넘네', 'push the line' - 개념적 은유

어떤 행동이 수용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선을 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이미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면 '선을 넘었다'라고 하고,수용 불가능한 수준의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할 때는 '선을 넘지 마라'라고 한다.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쓰이고,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쓰이는 표현이다. ('레드라인')레퍼런스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개념적 은유가 드러나는 표현인 것 같다.(아마 누군가가 이미 포착했을 테니까 좀더 열심히 찾아 보면 레퍼런스가 나올 것 같다.)내 생각대로 이 개념적 은유의 구조를 대략 그려 보자면 아래와 같다.근원 영역(Source Domain) 또는 근원 틀(Source Frame)은 거류/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계선과, 그 안에서 거류/이동하는 사람으..

언어학 2022.09.16

능격-절대격은 무엇이고 왜 쓰이는가?

언어학, 언어유형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능격-절대격'이라는 해괴한 문법 시스템을 가진 언어를 마주하게 된다. 워낙 낯설다 보니 한두 번 봐서는 개념을 바로 내재화하기가 쉽지 않다.주격이나 목적격은 아는데, 능격은 뭐고 절대격은 무엇인가?이 낯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에게 익숙한 '주격'과 '목적격(대격)'을 해체해 보아야 한다. a.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b. 호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위 문장에서 '엄마가'와 '호랑이가'는 주격(&주어)이고, '쥐를'은 목적격(&목적어)이다. 새삼스러울 만큼 당연한 소리다.그런데 위의 '엄마가'와 '호랑이가'가 둘 다 주격이라 해서 정말 서로 똑같은가? 이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느끼기는 쉽지 않..

언어학 2022.09.13

한글의 장점에 푹 빠진 미국인 - 유튜브 영상 번역, 조회수 700만!

(어그로성 제목이 민망하다) 한글의 장점을 미국인이 열심히 칭찬하는 유튜브 영상을 발견하고 번역하여 자막을 달았다. 7년 전에...ㅋㅋ ​ 2014년 말, 유튜브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어떤 영상을 발견했다. 언어학을 좋아하는 미국의 고등학생 Xidnaf라는 사람이 만든 영상이었는데, 한글의 유래와 장점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 재미있게 영상을 보고 나니 문득, 한국어 자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영상을 만든 사람은 한국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만든 게 아니었지만, 한국인들이 이 영상을 보면 신선하게 생각하고 좋아할 것 같았다. ​ 그리고 그때만 해도 K-무엇무엇이 이만큼의 위상이 아니었으니, 외국인이 한국의 무언가를 칭찬하는 이야기는 아직 그렇게 식상한 클리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카테고리 없음 2022.08.06

'낙뢰'와 표준 발음법과 국어 교육에 관한 단상

비음 뒤의 [ㄹ]을 표준 발음으로 편입시키지 못할/않을 이유가 있을까?이 유튜브 영상에서 기자는 '낙뢰'를 [낭뤠]로 발음한다(9번 중 7번). 표준 발음인 [낭눼]는 겨우 두 번 나온다. ​국어 시험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누구나 알겠지만, 표준 발음법 안에서라면 /ㄹ/은 /ㅇ/ 뒤에서 항상 비음화되어 [ㄴ]으로만 발음된다. (유음의 비음화)​외람되지만 (규범 문법의 많은 내용이 그렇듯이) 지금의 언어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비음화'만'을 표준으로 삼는 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낙뢰'의 발음은 [낭눼]로 적혀 있다. (와중에 [낭뇌] 옆 스피커 모양을 누르면 꽤 이국적으로 들리는 단모음 [ㅚ]의 발음을 들어볼 수 있다.) [낭뤠]를 비롯하여 비음 뒤의 [ㄹ..

언어학 2022.08.06

세종코퍼스 연어(collocation) 분석하기 - '곧이곧대로'

'곧이곧대로'의 연어(collocation)에 대해 대략 아래와 같은 예상을 했었다. (결과의 윤곽을 보고서 약간 입맛에 좋게 수정했지만 골자는 비슷하다)- 문장에 '곧이곧대로'가 쓰였을 때, 그 뒤에 '믿다'가 출현하는 빈도는 우연에 의한 것보다 유의미하게 높을 것이다. - 문장에 '곧이곧대로'가 쓰였을 때, 그 뒤에 부정의 의미가 나타나는 빈도는 우연에 의한 것보다 유의미하게 높을 것이다. 총 9,942,848어절의 세종코퍼스 현대문어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일단은 이 생각이 대강 맞는 것 같다.아직 통계분석을 해 보지는 못했으나,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잠정적으로 확인을 했다. 결과는 대략 아래 표와 같다.  '곧이곧대로'의 출현 빈도30 (/ 9,942,848)'곧이곧대로 믿(다)..

언어학 2022.07.30

세종코퍼스에서 특정 단어를 포함하는 문장 추출하기 - 연어 분석 (4)

'곧이곧대로'를 포함하는 문장을 세종코퍼스 txt 파일에서 추출하는 코드를 짜 보았다.1편에서 구상했던 두 가지 기능 중 두 번째이다. 코드는 밑에 첨부한다.​코딩이 제대로 된 거라면,내가 가진 9,966,708어절의 코퍼스 안에서'곧이곧대로'는 오로지 31번밖에 출현하지 않는다.​'곧이 곧대로'를 포함하지 않은 결과이긴 하다.포함해서 세는 게 맞겠지만, 그래 봤자일지도​결과물은 이런 모습이다. 9백만 어절 중에 31례밖에 없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곧이곧대로'가 아예 없는 txt 파일이 '곧이곧대로'를 하나라도 포함하는 파일보다 훨씬 많았다.​그 와중에 재미있게도, '곧이곧대로'가 2번 나타나는 파일이 2개 있었고,무려 3번이나 나타나는 파일도 한 개 있었다.작가나 장르나 내용 배경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언어학 2022.07.30

세종코퍼스 txt 파일에서 어절 수 찾아내기

이렇게 생긴 세종코퍼스 txt 파일로부터 코퍼스의 어절 수를 추출해 내는 기능을 만들어 보려다가 헤맸었다. 약간의 혼란 끝에 드디어 어떻게든 성공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냥 txt 파일의 맨 밑 줄부터 탐색해서 여는꺾쇠(' 최종 코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잘하는 분들이 보기엔 엉망이겠지만 일단 돌아가니까 만족이다.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import reimport syssys.stdout = open('stdout.txt', 'w')def counter(x):    f = open(x, "r", encoding="utf-16-le")    data = f.readlines()    for i in ra..

언어학 2022.07.24

사용 기반 언어학 (Usage-Based Linguistics)

1. 서론2. 사용기반 언어학 관련 자료 소개3. 다른 반-촘스키 언어학과의 관계 (기능주의, 인지언어학)만약 글이 거칠어서 잘 읽히지 않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을 지적해 주시려거든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제 잘못으로 잘못된 정보가 실린 것에 대해 가르침을 주실 분 또한 거리낌 없이 지도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그 밖의 의견도, 제 기분은 개의치 마시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1. 서론 Usage-Based Linguistics의 정의를 내가 이해하는 대로 내려 보자면: '화청자들의 언어 사용이 언어 체계에 지속적인 피드백~압력으로 늘상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언어학 사조'처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마도 약간 순한맛 버전이다.)  이 사조에 속하는 ..

언어학 202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