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맞이 가벼운 (언어) 일상 공유
오랜만에 생일을 맞았습니다.(?)
모처럼 생일이니 가벼운 글을 올려 봅니다. 별로 생일과는 상관이 없는 이런저런 (언어) 이야기도 섞여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ks1127zzang/222939299929
- 작년 생일은 일요일이라 시간이 있어서 블로그에 러시아의 생일 축하 노래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생일이 1년에 하루뿐이라는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쉬운 노릇입니다. 뭐 정도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일단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의 러시아어 카테고리에는 러시아어 필기체 손글씨를 쓰는 법을 시연하는 영상이 담긴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지금은 Аа, Бб, Вв, Гг, Дд만 올라와 있고 언젠가 나머지 글자도 올려 보려고 하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2023년 11월 27일 제 생일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신/편입생(가운뎃점은 입력하기 편하게 해 주거나 뭔가 다른 걸로 대체해도 되게 해 주거나 하면 좋겠습니다) 입학지원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저는 방송통신대 생활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오래 미뤘으니 이번에는 드디어 뭐든 하나 해 보고 싶네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 되면 나누겠습니다. (원래는 좀 다른 학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이래저래 해서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 개인적인 취향상 생일선물로 가장 반가워해 온 건 책 또는 책을 살 수 있는 상품권( 또는 돈)입니다. 그런데 직장에 다니면서 북호더가 되고 보니 책을 살 돈보다 책을 읽을 시간이 훨씬 부족하고 귀하게 느껴집니다. 사 놓고서 제대로 읽어 보지 못한 책이 몇 권인지...(물론 제 게으름을 탓할 일이기도 하겠습니다.)
가능한 일이라면 생일선물로 돈이나 먹을 것이나 입을 것 말고 ‘시간’을 받아서 그동안 모아 온 책도 읽고 이것저것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그러고 싶습니다. 밀린 잠도 자고... 뭐 별 의미 없는 공상이네요 ㅋㅋ
어쨌든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 중에는 여전히 책이나 책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가장 반갑습니다.
- 약 두 달 전에 신혼여행을 가서 스위스에서는 래토-로만슈어에 대한 책 두 권,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오스트리아 독일어’의 지위에 대한 책 한 권과 ‘세계의 특이한 언어들’에 대한 책 한 권, 총 네 권을 사 왔습니다. 신혼여행 리뷰와 함께 이 책(‘들’?)에 대한 리뷰도 올려 볼까 하는데 마찬가지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체코도 갔었는데 거기선 미처 서점에 못 들렀습니다. 체코어로 책을 읽을 엄두는 독일어보다 더더욱 안 나기도 하고...
- 얼마 전에 블로그 이웃이기도 하신 어느 인척께서 ‘말해보카’라는 영어공부 앱을 알려주셔서 사용해 보았습니다. 좀 써 보니 굉장히 매력있는 앱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곧장 1년치를 결제해 버렸습니다. 게으른 제게 모처럼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 주는 좋은 어플입니다. (수혜자를 이렇게 에게로 나타내는 게 수용성이 어떤지...)
말해보카 어플에서는 제 영어 어휘력이 대한민국 상위 0.5%에 속한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아쉬움을 겪으며 조금씩 키워온 제 알량한 인정욕구를 자극해 주는 이 문구가 솔직히 약간 마음에 듭니다. 결제를 유도하는 개발사 측의 전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어휘력이라 함은 ‘이어동사’나 ‘숙어’를 포함한 것입니다. 구문문법 팬으로서 ‘익숙한 단어를 안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cf. Fillmore의 논문)’을 영어 어휘력의 일부로 간주하고 측정한다는 게 (업계에선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또한 매력있었습니다. 영어교육 현장에 계시는 말해보카 사용자 한 분은 ‘전치사 가지고 장난질하는 것 너무 킹받는다’라고 표현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원어민이 일상에서 말할 법한 빠른 속도로 문장을 듣고 따라하는 연습도 있는데 재미있습니다.
-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구사하는 기술을 직업적인 영역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늘상 아쉬움이 있었는데, 앞으로 몇 년 안에 신분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뭔가 도전을 하나 해 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습니다. 내 주제에 언감생심이라는 생각도 있는데 아무튼 몇 년 지나는 동안 삶에 또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는 거니까 그냥 막연히 생각만 해 둡니다.
- 저녁을 먹으며 <반짝이는 워터멜론> 드라마 1화를 시청했습니다. 재미있긴 했지만
+ 한국수어에서 의문사를 문말에 두는 문법 규칙이 지켜지지 않은 점(e.g. ‘누구를 구할 거야?’라고 물을 때는 [누구] [구하다]보다는 [구하다] [누구]라고 묻는 게 더 한국수어스러움, 얼마나 필수적~수의적인 규칙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이 눈에 들어왔고,
+ 엄마 옆에 앉은 아빠가 ‘엄마 아빠는 오늘부터 늦게 들어올 거야’라고 말할 때 극중에서는 ‘[엄마] [아빠] ...’ 이렇게 표현했는데, 뭔가 실제로는 지숫자 2를 나타내는 수형을 좌우로 흔드는 걸로 ‘우리’라고 표현하는 쪽이 더 (한국어의 영향을 덜 받은) 자연스러운 한국수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 극중 농인으로 등장하는 부모님과 형 역할을 맡은 배우 분들은 청인이시고, 아마 드라마를 위해 수어를 따로 배우신 것 같습니다. ‘수어백수’ 수어통역사님 블로그에서 보니 그동안 매체에 등장했던 수어보다 더 한국수어다운 수어였다고 하시네요.
한편으로는 만약 그 역할에 농인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다른 여러 바람직함을 차치하더라도) 수어 공부에 훨씬 더 도움이 되는 드라마가 됐을 것 같습니다. 영화 ‘코다’라든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농인 배우가 농인 역할을 한 케이스가 있는데 앞으로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 지난 두 달 정도 출퇴근길에 터키어, 힌디어, 광동어 듀오링고를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했습니다. 종이 한 장 정도는 향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요새 자신의 여러 모습이 눈에 안 찬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었는데 주절주절 이야기하고 보니 애쓴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생일이니까 일단 애쓴 점을 더 의식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