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말해보카 내돈내산 강추 후기 - 최소대립쌍 듣기 연습?!

cha5ylkhan 2023. 12. 3. 00:45

영어학습 어플 말해보카 내돈내산 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강추입니다.

저는 듀오링고 같은 무료 어플 말고는 유사 앱을 써 본 적이 없어서 말해보카가 다른 유료 앱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떤 점이 낫다 하는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말해보카만 놓고 봤을 때 이 앱이 영어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나름대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혼자 하면 월8천원대, 넷플릭스처럼 둘이 하거나 넷이 하면 월6천원대입니다. (대신 1년치를 한꺼번에 냄)

말해보카의 학습 영역은 크게 어휘, 문법, 듣기 세 가지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어휘 파트나 문법 파트의 구조는 듀오링고와 비슷하지만, 어휘의 종류가 훨씬 광범위하고 이어동사나 숙어도 다양하게 출제되며 사용 빈도에 따라 레벨을 나눠서 학습자의 수준에 맞는 어휘를 학습, 잊어버릴 때쯤 복습시켜 주고, 예문 해석이 듀오링고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우며(the를 일괄 ‘그’로 번역하는 듀오링고가 얼마나 거슬리는지!) 필요한 경우 직역과 의역을 같이 제시합니다.

아는 단어는 몇 개월 뒤에, 헷갈리는 단어는 며칠 뒤에, 모르는 단어는 몇 분 뒤에 복습시켜 줍니다. 말하자면 안키(Anki)에서 학습자가 직접 고르던 걸 말해보카에서는 자동으로 해 줘서 편하달까요?


저는 토익 970~990점, 텝스 500점, OPI AM 성적을 받아 봤는데 영어 듀오링고에서는 솔직히 배워가는 게 거의 없었던 것 같지만, 말해보카는 토익 900점대의 고급 학습자들에게도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말해보카는 토익 900점대 학습자들이라 해도 잘 모르거나 헷갈릴 만한 어휘, 이어동사, 숙어를 매우 다양하게 학습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20~100개 정도의 문제를 풀면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수준을 대략 파악해서 아래와 같은 형식으로 레벨을 제시해 주는데,



현재 제 레벨은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제 영어 성적을 위에서 대략 공개했지만, 딱 보기에도 말해보카 안에서 제가 ‘모를 가능성이 높은 어휘’의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make UP one's mind(결정하다), break IN(침입하다), dwell ON(곱씹다) 등 전치사~소사 때문에 헷갈리는 이어동사~숙어도 아주 풍부하게 학습시켜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UI 디자인에도 상당히 공들인 티가 난다는 감상입니다.
실제 학습시에 아래 광고와 거의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문법 파트 또한 오답에 대해 자세한 피드백을 제공해서 독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니 꼭 한 번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사실 언어덕후로서 말해보카에 대해 제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듣기(‘리스닝’) 파트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리스닝 학습은 빠른 속도로 문장을 들려주면 그걸 따라읽는 연습인데 이것도 괜찮지만,

언어덕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최소대립쌍을 이용한 영어 음소 구분 연습!

한국인 학습자가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영어 자/모음 을 최소대립쌍( 또는 유사 최소대립쌍) 안에 넣어 들려주고 어느 쪽인지 고르게 함으로써 차차 구별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줍니다.



말해보카의 발음 구분 파트에서 연습할 수 있는 음소 쌍은

쉬운 걸로는 f vs p, v vs b r vs l 등이 있고,
살짝 덜 쉬운 걸로 ɪ vs 같은 것도 있으며, (bit vs beat)

개인적으로 고급 학습자들도 틀리는 걸 아주 자주 봤었던
ow  vs  ɔː(boat vs bought, 영어를 꽤 잘하는 사람도 bought를 boat처럼 발음하는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나,  
ɝ vs ɔɹ (볼빨간사춘기의 노래에 'like I'm a bird, bird'라는 가사가 있는데 가수 분의 발음은 'like I'm a board, board'처럼 들립니다)
같은 것도 있습니다.

vs jiː 구분 연습도 있는데, 아마 j의 유무만 달라지는 음운이웃이 ear vs year뿐이라서 그런지 ear, year만 주구장창 나옵니다. 성문파열음의 유무가 유용한 단서가 됩니다.

ʌ vs ɑ, 즉 cup vs cop, hut vs hot 등도 막상 들어보면 생각보다 헷갈립니다. 고등학교 때 캐나다인 원어민 선생님의 ʌ가 상당히 개방성이 강해서 거의 ㅏ에 가깝게 들려 당황했었는데, 실제로 말해보카의 ʌ vs ɑ 듣기 문제를 풀다 보니 저는 사실상 거의 장단 대립으로 풀고 있었습니다. 말해보카는 미국영어의 /ɑ/에 이례적으로(?) 장음부호를 붙이는데 아마 이러한 점이 고려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juice-zeus, Joan-zone, glamor-grammar 등 철자 때문에 최소대립쌍인 줄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쌍들을(왠지 두 개 이상의 음소가 다른 것처럼 느꼈던? 쌍들) 마주치게 되는 게 굉장히 즐겁습니다.

사실 저는 음성학을 좋아하고 영어의 분절음 발음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모든 단계를 어렵지 않게 즐기면서 풀었지만(유일하게 warrior vs worrier 구분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만약 듣기나 말하기를 할 때 발음 구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분이 계신다면 말해보카의 ‘발음 구분 연습’을 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언어학에 대한 덕심으로 발음 듣기 연습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지만 사실 말해보카는 뭐니뭐니해도 어휘 학습이 핵심인 것 같고, 저 자신도 어휘 학습을 하다가 말해보카의 매력에 빠져서 곧장 결제까지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간편한 학습, 기분 좋은 디자인, 그리고 뭔지 모를 성취감을 안겨다 주는 ‘상위 몇%’라는 이름까지!

저는 종종 값싸게 기뻐합니다

말해보카는 일주일간 무료체험도 가능합니다.

저는 말해보카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