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 시험이 다가오는데 딱히 준비한 건 없고 원어민과 가볍게 대화라도 하며 연습할 기회를 찾아보다가 Amazing Talker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원어민 선생님과 zoom을 통해 1:1 화상 수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했다. (다만 다른 유사 서비스 이용 경험은 없음)
25분짜리 체험(trial) 수업을 영어와 중국어로 1회씩 해 보았다.
원화로 결제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영어 체험 수업은 3달러, 중국어 체험 수업은 2달러 정도였던 것 같다. (수업 가격은 선생님들이 각자 정할 수 있는 것 같다.)
정규 수업은 25분짜리가 있고 50분짜리가 있는데, 각각 회당 10달러 정도 / 17달러 정도인 것 같다.
가격을 적어 놓고 보니까 정규 수업을 들었으면 좀 덜 만족했을지도 모르겠다. 뭐 이건 각자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면 될 것 같다.
선생님이 아주 아주 많으니까 이 선생님 저 선생님 옮겨 다니며 체험 수업만 여러 번 해 볼 수도 있고,
정규 수업을 장기적으로 들을 사람도 잘만 찾으면 충분히 전문성 있는 선생님을 찾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나쁜 가격은 아마 아닌 것 같다. (선생님 프로필을 보면 아주 경쟁적으로 이력이 적혀 있는데 다들 자격도 경험도 화려하다.)
아무튼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선생님 프로필이 무지무지 많다.
잘 찾아 보고 원하는 외국어, 원하는 선생님, 원하는 시간대에 수업을 신청하고 결제하면 된다.
(영어 일어 중국어 말고 다른 언어 수업도 많은 것 같은데 언제 기회가 되면 해 봐야겠다.)
Amazing Talker 수업 신청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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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프로필에는 대부분 자기 수업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이 같이 실려 있다.
내가 본 영어 선생님 프로필 중에서는 원어민이 아닌 사람이 영어권 국기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 명 한 명 영상을 꼼꼼히 보면서 원어민이 아닌 것 같은 사람은 걸렀(?)다.
선생님이 발음하는 걸 좀만 들으면 원어민인지 아닌지는 티가 나니까 알 수 있다.
(모든 학습자가 무조건 원어민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비원어민 교수자가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냥 내가 지금 원하는 게 원어민과의 대화이기 때문에 그런 기준으로 찾았을 뿐이다.)
영어 수업은 원했던 대로 가볍게 대화 위주로 진행했고,
중국어 수업에서는 OPIc 자기소개 문제에 답하는 연습을 해 보았다.
Amazing Talker 화상 영어 수업
- 나의 자기소개(이름, 국적, 취미, 직업, 수업을 신청한 목적)와 선생님의 자기소개로 시작되었다.
- 서로 관심사가 꽤 유사해서 분위기가 잘 풀렸다. 국제정치에 대한 것이나 외국어를 여러 개 공부하는 것 등.
- 선생님은 CELTA 자격증이 있는 분이었는데 (나는 그게 뭔지 오늘 처음 알았지만) 언어교육과 언어학은 인접한 분야인 만큼 그쪽 관심사에서의 동질감도 한몫했다.
- 내가 OPI 시험 준비를 위해 수업을 신청했다고 하니까, 'OPI도 결국 CEFR(유럽 언어 공통 기준)에 기초한다'면서 A1부터 C2, TESOL, CELTA, DELTA가 어떤 건지 대강 설명하셨다.
- 나는 어느 정도 레벨에 있는 것 같은지 여쭤 봤다. 선생님은 몇 가지 질문을 해 보고 답변을 듣더니 '당신의 영어(말하기)는 C1과 C2 사이 TOEFL 레벨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발음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 다만 (준)원어민 레벨로서의 C2는 발음이 다가 아니므로 원어민이 학술적 말하기에서 사용할 법한 구문에 익숙해지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 선생님이 나의 OPI 시험 준비를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꽤 열정적으로 설명하셨다. (아주 체계가 있어 보였고 잘 따라가면 분명 많이 늘 것 같았다. 근데 선생님 수업의 퀄리티와 별개로 정규 수업까지 들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좀 미안했다.)
- Creative speaking 연습: 랜덤한 그림을 보면서 말거리를 만들어 내서(?) 말하는 연습.
- Critical speaking 연습: IELTS 유형의 질문에 대해 개조가 잘 짜인 구조로 3분씩 말하면서 연습.
- 개인적으로 느낀 건, 나는 별 거 아닌 질문에도 한참 고민하다가/고민하면서 답하느라 쓸데없이 시간 잡아먹는 일이 많아서 실전에서 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이건 한국어로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인 습관이지만)
- 수업을 끝내면서 선생님은 '지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면서, 수업 결제를 안 하더라도 영어에 대해 질문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라고 자기 인스타 아이디를 알려 주셨다. 실제로 한 번도 결제한 적 없는 사람이 dm으로 영어 문법을 질문한 데에 열심히 답해 준 걸 보여주셨다.
- 나도 지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 말에 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 나 자신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대가 없이 배운 지식이 너무나 많다. (배웠다는 말이 내가 잘 습득했다는 걸 함의하는 건 아니지만)
- 아주 소소하지만, 나도 카카오톡의 국어나 영어 문법 관련 오픈 톡방에서 종종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한다. (늘 정확하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거니 한다.)
- 나도 지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 말에 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Amazing Talker 화상 중국어 수업
- 원래 중국어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영어 수업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충동적으로 신청했다.
- 야심한 시간이라 선생님이 좀 피곤해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안 그래도 자신이 없는데 더욱 위축됐던 듯.
- 학습자와 교수자 간에 라포가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영어 수업에서 서로 가볍게 자기소개를 하고서 시작한 게 약간의 친밀감을 형성하고 분위기를 푸는 데에 굉장히 기여한 것 같은데, 중국어 수업에서는 그런 게 거의 없고 바로 수업으로 들어갔다.
-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시간을 재면서 조금씩 내용과 속도를 개선하여 말하는 연습을 여러 번 반복했는데, 나도 몰랐지만 하고 나서 보니 이런 방식의 지극히 목적지향적인(?) 수업은 아주 내 취향이 아니었다.
- 가벼운 잡담을 못 하고 바로 수업을 해서 더 그랬는지 몰라도, 중국어는 당장 원어민 선생님이랑 회화 연습을 할 만한 레벨이 아니라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 나의 중국어 실력은 다른 언어에 비해서 특히 문법 기초가 많이 부실한 것 같다. 읽거나 듣고 이해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문장을 만들어낼 때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몰라서 우물쭈물하는 게 너무 많다.
- '몇 년 전에 OPIc에서 IH를 받은 게 아쉬워서 이번엔 AL을 받으려고 수업을 신청했다'라고 말하고 시작했는데, 수업이 진행될수록 스스로 '도대체 그때 IH는 어떻게 받은 거였나'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 그래도 맨 처음에 밑천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을 때는 不错하다고 해 주셨다. 영어 수업 때도 그랬지만 무슨 언어이든 발음이 어느 정도 괜찮으면 최소한 첫인상은 괜찮게 깔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듯.
그러고 보면 예전에 듀오링고에서 zoom 모임에 몇 군데 참여했을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기도 하고 진행 방식도 좀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1:1이니까 확실히 훨씬 괜찮았다.
점차 다른 유사 서비스도 체험해 보고 비교해 보고서 잘 이용해 보면 좋겠다.
+ 선생님을 찾아서 일정을 선택하면 수업 시작 전에 수업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수강생이 어떤 목적으로 수업을 신청했는지 미리 파악하기 위해 어메이징토커 내부 메신저로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온다.
내가 수업을 신청한 중국어 선생님에게서 메신저 연락이 왔을 때 간체자가 아니라 번체자로 되어 있었는데 국기는 중국 국기라서 의아했는데 (어메이징 토커에서 대만 사람은 보통 대만 국기를 쓴다) 나중에 물어 보니까 보통화를 배우는 홍콩 학생들이 많아서 번체자를 쓰는 일이 있다고 했다. 광동어와 보통화는 매우 다른 언어이므로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왠지 홍콩 학생들이 Amazing Talker에서 대륙 선생님한테 보통화를 따로 배운다는 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