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46

DDP 수어문자 타이포그래피 전시회 - <문자의 다양한 형태들>展

저번에 어느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수어문자 타이포그래피 관련 전시회를 기획하시다가 제 블로그 수어문자 글을 보시고 메일로 자문을 주셨습니다. 제 역량 밖이라 건너건너 수어문자 전문가 선생님을 소개해 드렸었는데 이 전시가 곧 진행이 되네요! 제가 한 건 없지만 좋은 기획인 것 같아서 한 번 홍보해 봅니다. DDP 오픈큐레이팅 vol.34 展 일정 2024-09-27 ~ 2024-10-26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 시간 10:00-20:00 (연중무휴) 관람비용 무료 https://ddp.or.kr/index.html?menuno=230&siteno=2&bbsno=535&boardno=15&cateSched=15&bbstopno=535&act=view전체일정보기,프로그램 > DDP(KOR)DD..

언어학 2024.09.16

[언어유형론] 중국어의 어순이 특이한 이유 - 관계절과 SVO 어순

중국의 역사 드라마 을 얼마 전에 정주행했다. 중드 연희공략(延禧攻略) 간략 리뷰 + 대사 받아쓰기청나라 건륭제 때의 비빈 암투를 다룬 ‘사이다패스’ 드라마 연희공략(延禧攻略 yan2 xi3 gong1 lve4)을 7...blog.naver.com 드라마를 보다 보니 문득, 중국어의 문법에 대해 새삼 특이한 점이 느껴졌다. "可是她是一个连自己都保护不了的可怜人。" [그러나] [그는] [이다] [한 명의] [자기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 "그러나 그는 자기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었어." 위 문장을 보면, 관계관형절 '자기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은 그것이 수식하는 명사 '(불쌍한) 사람'의 앞에 위치한다. 중국어가 동사를 목적어 앞에 두는(VO) 언어임을 고려하면 이것은 아주 특이한..

언어학 2024.08.04

언어 변화에 대한 옛사람들의 불평 - 규범주의의 패배

내가 아주 좋아하는 게 하나 있다. ​ 그것은 바로, 옛날 사람들이 ‘요즘 것들은 말을 너무 이상하게 해서 화가 난다’라며 남긴 글을 후대의 언어학자가 보고서, '이 글이 쓰이던 당시에 언어변화가 진행되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채는 장면을 목격하는 일이다. 그런 글을 남긴 옛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던 언어변화가 현대에는 당연할 만큼 완전히 정착한 것이라면 더더욱 좋다. (밑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구경해 보자.)​  규범주의와 기술주의에 대한 글에서 말했듯이, 언어에 대한 언어학의 기본 입장은 언어 사용자더러 '언어를 이렇게 써라, 이렇게 쓰면 안 된다' 하고 간섭하는 규범주의(prescriptivism)가 아니라, 언어 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설명하는 기술주의(descriptivism)이다.​ 그런 ..

언어학 2024.07.28

어린아이의 언어와 언어변화 - 루마니아어, gw와 b

저희 가족들은 종종 저나 제 동생이 어렸을 때 쓰던 말들을 그대로 사용하곤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상반(없다)'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저희가 어렸을 때 '상관(없다)'를 (잘못 듣고?) 잘못 발음했던 것을 부모님이 반쯤 놀리며 흉내를 내시다가 굳어져 정착한 것이라고 합니다. ​ '상관'을 '상반'으로 잘못 발음한 것을 자세히 보면, 다른 건 그대로인데 '과'의 '고(ɡʷ)' 부분이 'ㅂ(b)'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어린 저희의 귀에 'ɡʷ'라는 발음이 'b'와 비슷하게 들렸던 것이겠죠. ​ 흥미롭게도, 저나 제 동생처럼 'ɡʷ'를 'b'로 잘못 듣는 사람이 인류 역사에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옛날 루마니아어(Romanian)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 루마니아어는 그 유명한 라틴어..

언어학 2024.07.20

2년 전 오늘, 나의 언어학 관심사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어느새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운영한 지 vs 운영하기 시작한 지?)이 글을 올렸던 게 2년 전이라니 정말이지 잘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나 많이 지난 걸까. 구문문법에 대한 신간 도서 소식 (Thomas Hoffmann 인터뷰 영상 리뷰)Martin Hilpert의 유튜브 채널에 무려 오늘(!) 아주 따끈따끈한 영상이 올라왔다. 이번에 새로 Cambridg...blog.naver.com"하여튼 ... 구문문법과 언어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다."여러가지 이유로 요즘은 저런 글을 잘 안 올리지만, 초창기의 조회수 낮은 몇몇 포스팅에서 엿볼 수 있듯이, 원래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저런 이론 이야기도 종종 해 보려고 했었다. 대학에서 나름 진지한 관심..

언어학 2024.06.16

언어학자는 맞춤법을 잘 알까? - 규범문법과 기술문법 (prescriptive grammar vs descriptive grammar)

규범문법: ~하면 안 된다. (prescriptive) 기술문법: 관찰해 보니 ~하더라. (descriptive) (생성문법: 원어민의 머릿속 문장 생성 프로그램을 모사하고자 함) - '문법'이란 어떤 규칙인가? '법'이나 '규칙'이라고 하면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이미지에서는, - '법'이 허용하는 인간 생활 양식의 특정한 범위가 있다. - 그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예를 들면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 - 그러한 금지 규정을 어기는 경우 다양한 차원의 불이익이 따른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은 여러 처벌을 받거나 적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 이러한 금지 규정은 인간 개인의 본능적인 욕심을 억눌러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언어학 2024.05.25

영어로 'Beijing' 어떻게 발음하세요? - YouGlish에서 영어 발음 배우고 hyperforeignism 엿보기

Beijing의 발음에 집중하여 들어 보자.  요새 가끔 유튜브로 영어권 뉴스를 보다 보니 'Beijing'이라는 단어의 발음에서 좀 특이한 점이 느껴졌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영어권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이 대부분 Beijing의 'j'를 마치 불어의 'j'처럼 마찰음으로 (ʒ로) 발음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다. 후술하겠지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상한데, 우선 원래 영어에서 /ʒ/가 매우, 아니 가장 드문 자음이기 때문이고,둘째로 Beijing의 원어(중국어) 발음에서도 'j'는 마찰음이 아니라 파찰음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영어 발음으로 하는 편이 차라리 원어에 가깝다는 말) 우선 Beijing을 이렇게 발음하는 일이 얼마나 흔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유튜브(Youtube) 동..

언어학 2024.05.08

언어학을 배우면 외국어를 잘할까? (Language Simp의 도발적 영상에 대한 간략 감상)

Language Simp라는 폴리글롯 유튜버가 한 시간 전에 도발적인 영상을 하나 올렸다. 흥미로운 말거리가 몇 개 떠올라 감히 말을 얹어 본다. ​ 내 생각은 대략 학습 초기에 모든 분야에서의 정밀성에 집착하는 일은 의욕을 저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해야겠으나, 학습 목표를 중고급으로 올려 갈수록 언어학의 기술(description)을 참고하는 일이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적어도 교수자는 언어학적으로 정밀한 지식을 최대한 알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교수자가 아는 언어학적 지식을 현장에서 언제 얼만큼 학습자에게 명시적으로 전달할지는 별개의 문제고 또한 교수자 역량의 일부다. 와 같이 정리되어 가는 듯.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밝혀 두자면, 사실 이런 주제에 대해 자신있고 당당하게 말할 자격이 있는 유..

언어학 2024.05.02

'빠르다~이르다'와 '느리다~늦다'의 비대칭 - 코퍼스, 의미 지도와 CLICS, 속도와 시점의 다의성

나는 가끔 의도치 않게 불을 켠 채로 잠이 든다. (이 글에서 이야기했듯)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 습관은 덜 고쳐져서, 가끔 아내가 먼저 잠들면 옆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책을 보다가 불을 미처 못 끄고 잠들어 버리곤 한다. 몹시 미안하게도, 그럴 때는 아내가 새벽에 깨서 불을 끄고는 다시 잠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상황 파악을 하고 나면, 내 부주의 때문에 나 자신도 아내도 제대로 푹 쉴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자책이 내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이면 아내는 나를 원망할 법도 한데, 자기는 불을 켠 채로 자는 것에 대해서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늘 무덤덤하게 넘겨 준다.) '불 키다' 글을 썼던 날도 딱 그런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 날이 설날이었다. 날짜 감각이...) '몇 시에 ..

언어학 2024.02.11

"불 키고 자면 안 돼요" - '키다'는 왜 생겨난 걸까?

어렸을 때부터 내게는 아주 좋지 못한 습관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불을 켜 두고 침대에 엎드려 밤 늦게까지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거나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뭘 하다가 불을 끄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면 다음 날이 무척 피곤하다. 아무리 많이 자도 제대로 잔 것 같지가 않고, 왠지 모르게 몸 여기저기가 아픈 느낌이 든다. 어제도 잠들기 전에 미처 불을 끄지 못했다. 예전에 구매했던 고 가쓰히로(오승호) 작가의 소설 을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데, 어제도 밤 늦게까지 그 소설을 보다가 그만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왠지 모르게 몸이 찌뿌둥하고 피로가 덜 풀린 느낌이 든다. 그런데 문득 궁금하다. 불을 안 끄고 자면 정말 몸에 좋지 않을까? 검색..

언어학 202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