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46

과도교정(hypercorrection)과 언어학에서의 설명 - "between you and I"

'프롬킨'이라고만 해도 알 사람은 다 아는 책, 故 Victoria Fromkin 교수의 유명한 언어학 (및 영어학) 개론서 의 사회언어학 파트("Language in Society")에는 어떤 '미국 영어 방언'이 등장한다. 이 방언에서는 'between you and me' 대신 'between you and I'가 사용되고, 'Won't he let you and me swim?' 대신 'Won't he let you and I swim?'이 사용된다. (다만 이 방언에서도 *Won't he let I swim?과 같은 문장은 나타나지 않는다. 즉 conjoined NP에서만 목적어의 'X and I'가 등장한다.) (언어학하고는 별개로, 학교에서 영어 시험을 보는 학생이라면 이렇게 목적어에 'yo..

언어학 2023.08.16

언어 변화 실험 구상 (단순 표현과 복합 표현)

에스페란토어는 ‘짧다’를 mal-longa(‘un-long')라는 복합 형식으로 표현하고, ‘춥다’를 mal-varma(‘un-warm')라고 또한 복합 형식으로 표현하는데, 나는 이것을 보고 참 ‘자연언어스럽지 않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자연언어는 ’짧다‘나 ’춥다‘ 정도로 자주 쓰는 개념이라면 ’길다‘나 ’따뜻하다‘를 참조하지 않는 별도의 표현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이쓰쿠일(Ithkuil)어는 더욱 자연언어스럽지 않다. 가족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아빠, 아들, 엄마, 딸, 부모, 자식’ 모든 단어에 ‘-mm'이라는 부분이 공통되게 존재하고, 각 단어의 의미는 처음에 나오는 모음 하나로만 변별된다. (이쓰쿠일 문법은 아주 복잡해 보이는데... 나는 이쓰쿠일을 공부해 본 적이..

언어학 2023.07.09

언어 사용자는 종종 기꺼이 귀찮음을 참는다 - 코퍼스로 엿보는 동음이의어와 음운 이웃 회피(feat. '줄은')

1. 줄은? 준? 35쪽 최근에 교보문고에서 광고하던 일본의 미스테리 소설 을 사서 읽다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괜찮다. 신경 쓸 일이 하나 줄은 건 좋은 것 아닌가. '줄은'에 주목해 보자. ​ 표준어 기준 ‘줄다’의 관형사형은 현재시제에서 ‘주는’, 과거시제에서 ‘준’이다. 규범에 따르면 어간 말음이 /ㄹ/인 용언들은 /ㄴ/, /ㅂ/, /ㅅ/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예외 없이 /ㄹ/이 탈락하는 활용을 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트위터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twitter.com/urimal365/status/222599850062127104 트위터에서 즐기는 국립국어원 “‘확연히 준 것’이 적절한 표현입니다. ‘줄다’처럼 ‘ㄹ’ 받침인 동사 어간에 관형사형 어미 ‘-ㄴ..

언어학 2023.07.09

같은 동작 수어(수화)가 나라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단어들

- 일본수어 ‘알다’와 이탈리아수어 ‘좋아하다’ https://youtu.be/Uaj3bDF0tr8일본수화의 ‘알다’(한국수어 ‘알다’랑 비슷함)는 이탈리아수어의 ‘좋아하다’와 동작이 거의 비슷함 그래서 일본 농인이 저 사람을 가리키며 ‘알다’동작을 하니까 이탈리아 농인은 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한 것 - 영국수어 ‘청인’과 미국수어 ‘농인’ https://m.blog.naver.com/ks1127zzang/223107431434 영국수어(BSL)와 미국수어(ASL) - 같은 동작이 정반대 뜻이 되다니!영국수어의 ‘청인(hearing)’이라는 단어는 미국수어에서 ‘농인(deaf)’을 나타내는 단어와 거의 똑같다....blog.naver.com - 그 외 다수 https://m.blog.naver..

언어학 2023.05.21

브런치 작가 4수 합격생은 무슨 글을 제출했을까? - 시각 자료?

https://brunch.co.kr/@saokim​ 사오 김의 브런치 언어학에 대해 읽고 씁니다. 수어와 외국어와 과학철학도 좋아합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디 거침없는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brunch.co.kr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모르는 사실인데,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려면 우선 심사를 받아서 업로드 자격을 얻어야 한다. (나도 몰랐다.) 나름대로 실질적인 심사라서 4번 5번씩 도전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 브런치 업로드 자격을 얻고 싶은 지원자는 300자 이내의 자기소개서, 300자 이내의 활동계획서(?)와 함께 자신이 쓴 글 4개와 기존에 운영하던 블로그, 출판했던 책(있다면)에 대한 정보를 첨부하여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 쓴 글을 첨부할 때 ..

언어학 2023.04.02

동음이의어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 꿀잼 심리언어학 실험, accidental gap의 쓸모

1. 동음이의어의 비효율성 의혹 국어를 공부할 때든 외국어를 공부할 때든 언어에 동음이의어가 아주 많이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곱씹어 보면 이상한 일이다. 동음이의어는 언어 사용을 아주 불편하게 만드는 비효율적인 존재 아닌가? 한국어의 발음 규칙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음절이 모여 하나의 공간을 이루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기저형 기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위와 같은 가상의 '음절 공간'을 의미의 저장 창고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가'라는 음절에는 'go'라는 의미를, '같'이라는 음절에는 'same'이라는 의미를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사용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작동 방식과 비슷하다고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음절 공간'이라는 의미 저장 창고를..

언어학 2023.03.15

[학교에서는 못 배우는 국어 문법] 예사소리와 거센소리의 음높이 차이 (Praat)

1분짜리 짧은 영상에 담았다 언어와 매체 등 중고등학교 과정의 국어 문법 수업에서는 잘 다루지 않겠지만, 현대 중앙어의 예사소리와 거센소리는 음높이가 다르다. 정확히는, 뒤따르는 모음에 서로 다른 음높이를 유발한다. 아내에게 음성학을 설명한 것 중에 연관된 내용을 잘라서 1분짜리 영상으로 올린다. 전에 어떤 베트남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유튜브 영상에서 평음/격음의 구분법으로 음높이를 가르치는 것을 목격했는데 아주 흥미로웠다. 기식의 삼중대립이 유형론적으로 흔하지 않은 만큼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에서 이 방법이 적극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쇼츠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했나 보다 ㅋㅋ... 살짝 기대하며 업로드했으나 조회수가 4에서 멈췄다. https://youtube.com/shorts/oS..

언어학 2023.03.05

한국어 성조? 지금 이 순간의 언어변화 - Praat으로 음높이 조절하여 예사소리를 거센소리로 만들기

평음(예사소리)과 격음(거센소리)을 구분하는 척도를 보통 기식(숨의 양)이라고 설명하는데요, ​ 최근 젊은 세대의 수도권 말에서는 예사소리와 거센소리 사이에 기식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마치 성조처럼 음높이의 차이로 거센소리와 예사소리를 구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 거센소리는 높은 음, 예사소리는 낮은 음, 이렇게 말이죠. ​ 1935년에 어느 41살 아저씨하고 11살 남자아이의 말을 녹음한 자료가 있었는데요, ​ 그때도 이미 41살 아저씨의 말에는 예사소리와 거센소리 간 음높이 차이가 별로 없는 반면 11살 아이에게서는 음높이 차이가 조금 보였는데, ​ 이 음높이 현상에 주목한 연구진이 2005년에 81살이 된 동일인물의 녹음 자료를 분석해 보니,[1] 70년 전보다도 더 음높이 차이를 보..

언어학 2023.03.04

[Praat, 음성학] '칼'을 '깔'로 변형하기

아내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Praat에 넣고 음성 조작 시연을 해 보았다. 한국어 거센소리와 된소리는 모두 후행하는 모음에 높은 음조를 유발한다. (예사소리가 낮은 음을 주는 것과는 반대이다.) 둘의 주된 차이는 기식(aspiration)의 유무이다. '카'는 [kʰá], '까'는 [ká]와 같다. (기식은 IPA에서 위첨자 h로 표현된다.) ​ 음성학을 공부할 때 등장하는 프로그램 Praat을 이용하면 이 '기식'을 없애 버릴 수 있다. kʰá 에서 ʰ 를 없애면 ká가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들어보면 재미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XRWb3NIBi4

언어학 2023.03.01

수화(수어)를 글씨로 적는 법 - 수어음운론, SignWriting, Stokoe 표기법

1. 수어를 문자로 적는다?! 미국수어 '고맙습니다' 미국수어 '고맙습니다'를 SignWriting으로 쓴 것 미국수어 '고맙습니다'를 수어 문자 SignWriting으로 쓰면 위와 같이 된다. ​ - 표정(비수지)이 '웃는 표정'이라는 것과 손이 닿는 위치(수위)가 '턱'이라는 정보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 (규칙에 의한 표기이겠지만) ​ - 얼굴 아래에 붙어 있는, 꼭대기가 뾰족한 집 모양(?)은 모든 손가락을 서로 붙인 채로 편 손모양(수형)을 뜻한다. ​ - 위를 향하는 한 줄짜리 화살표는 '수어하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손의 움직임(수동)을 나타낸다. ​ - 손을 나타내는 그림이 흰색이라는 것은 이 수어를 할 때 '손바닥이 수어하는 사람 쪽을 가리킨다'는 뜻이다.(수향) ​ ​ 미국수어 '고..

언어학 202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