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8

수어의 동시성(비선형적 형태통사론) - 언어학자 페이스북에 댓글 달기

1. 수어의 형태소 중에는 음소(‘수어소’) 여러 개가 앞뒤 순서를 따질 수 없이 동시에 표현(‘발음’)되는 것들이 아주 많다.그리고 두 개 이상의 형태소가 결합할 때 형태소 하나의 음소 일부가, 그 형태소와 결합하는 다른 형태소의 음소로 대체되어 버리는 경우, 게다가 그 두 개 이상의 형태소에 속하는 모든 음소가 동시에 표현되는 경우도 아주 많다.이러한 수어의 특징(‘동시성’)은 음성언어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다.아마 이렇게만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될 것이다.예를 들어 보겠다.(그림으로 곧장 표현하면 편할 텐데 아쉽게도 당장은 여의치가 않아서 글로 대체한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시도해 보겠다.)아래는 한국수어의 표현들을 간략히 기술한 것이다. (수위, 수향이나 수동의 정확한 양상 등 동..

언어학 2024.11.30

언어의 발음에 존재하는 안전장치, 그리고 언어변화 - 경제성과 명확성의 경쟁, 'splits follow mergers'

요새 아랍어 듀오링고를 하고 있다.  아랍어 듀오링고 하는 중이번 수능 제2외국어를 다 풀어 보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올렸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다. 그래서 아랍어 공...blog.naver.com  이번에는 아래 두 가지 음절을 듣고 구분하는 문제가 있었다. (뭐 그렇게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대강...) تاب/taːb/ طاب/tˤaːb/ 두 음절은 첫 자음도 /t/ vs /‏tˤ/ 로 다르지만,적어도 듀오링고 음성에서는 모음에도 잉여적인 단서를 넣어서 변별을 용이하게 하는 것 같다. 전자의 모음은 [æ]에 가깝게 들릴 때가 많고(대충 ‘때앱’처럼 들림. IPA로 적자면 [tæːb])후자는 [ɑ]에 가까울 때가 많은 듯.(대충 ‘떠업’처럼 들림. IPA로 적자면 [tˤɑːb])아니면 뭐 떠압 이라고 하..

언어학 2024.11.29

‘곧 만료되는 스토리를 게시했습니다’의 어색한 정보구조

‘누구누구 님이 곧 만료되는 스토리를 게시했습니다.’실은 ‘누구누구 님이 스토리를 게시했는데 그 스토리는 곧 만료됩니다.’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언어학방 참괴 님이 ’띵킴 님이 게시한 스토리가 곧 만료됩니다‘로 정리해 주심)(인스타를 잘 사용하지 않는 내가 뭔가를 오해한 게 아니라면,)‘곧 만료되는 스토리를 게시했습니다’라는 문장은 한국인인 나한테 있어서는 정보 포장(information packaging)이 좀 어색한 문장으로 느껴진다.곧이곧대로 그냥 읽으면 인스타그램에 24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만 유효한 새로운 종류의 스토리 기능이 생겨난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원래의 스토리 기능은 24시간 유효하지만 저 누구누구 님이 올린 스토리는 한두 시간 뒤에 만료되는 특이한 스토리라서 ‘곧 만료되는 스토..

언어학 2024.11.25

수능 제2외국어 9개 전부 풀어 보았다 - 자칭 '언어덕후'는 몇 점?

올해 수능 제2외국어 전과목 문제를 풀어 보았다.결과는 이렇다. (문제를 푼 순서대로 제시. 대략 자신있는 순서로 풀었다.)​러시아어 17분 4초 43점 (2등급)베트남어 11분 20초 48점 (1등급) (베트남어는 처음 풀 때 영상 녹화를 못 해서 같은 답으로 한 번 더 풀었다. 그래서 시간이 다른 언어에 비해 훨씬 덜 걸렸다.)일본어 16분 10초 46점 (1등급) (여기까지 풀고서 잠을 자고 다시 왔다)중국어 15분 48초 49점 (1등급)스페인어 18분 41초 45점 (1등급)독일어 18분 20초 42점 (2등급)프랑스어 18분 51초 39점 (3등급)한문 13분 45초 48점 (1등급)아랍어 11분 23초 11~12점 (8등급) (그냥 번외로 풀었다. 와중에 한 문제 '마킹 실수'...)​아래..

카테고리 없음 2024.11.19

‘여보’의 지칭어 용법에 관한 소고 - 규범주의를 생각함

‘호칭어’는 ‘아빠, 밥 줘!’에서의 ‘아빠’처럼 남을 직접 부르는 말이고, ‘지칭어’는 ‘이 옷은 아빠가 사 준 거야.’에서의 ‘아빠’처럼 누군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의 친족어(kinship terms,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부르는 말) 중에는 위에 제시한 ‘아빠’의 예문과 같이 호칭어로도 쓰이고 지칭어로도 쓰이는 말들이 있다. ‘엄마’, ‘아빠’, ‘언니’, ‘누나’, ‘형’ 등을 표준국어대사전에 검색하면 모두 ‘(어떠어떠한 사람)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이르는 말’이라 함은 지칭어로 쓰인다는 뜻이고 ‘부르는 말’이라 함은 호칭어로 쓰인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이 옷은 형이 사 준 거야.’(지칭)도 자연스럽고 ‘형, 밥 줘!’(호칭)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부부간에 사..

언어학 2024.11.16

터키 사극 <위대한 세기> 1화 감상 + 튀르크어족의 역사 약간 (feat. 야쿠트어)

오스만 제국의 쉴레이만 대제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터키(튀르키예) 사극 Muhteşem Yüzyıl)>의 시즌1 1화를 시청했다. Wavve에서 시청할 수 있다.(원작의 1화 분량이 Wavve에서는 두 개 에피소드로 나뉘어 실려 있다. 나는 Wavve에서 2화까지 시청했으므로 원작 기준 1화를 본 것이다.)​주인공이 노예의 신분으로 오스만 제국에 팔려왔다가 황제의 환심을 사서 제국 최초의 황후로 등극하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후궁들과 싸우며 점점 위로 올라가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인 듯.​스토리 구조상 얼마 전에 시청했던 중국의 사극 과 비슷해서 자꾸 떠오른다. 비교하며 보는 맛이 있다. https://m.blog.naver.com/ktb2024/223535977110 중드 연희공략(延禧攻略) ..

언어학 2024.11.13

스와힐리어가 재미있는 이유 (feat. 듀오링고, 언어평등)

듀오링고를 다시 시작했다.되도록이면 매일 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스와힐리어가 재미있어서 스와힐리어를 하고 있다.​주로 듀오링고로 연습하고, 듀오링고에 없는 문법 설명이나 도표 같은 것은 #언어평등스와힐리어첫걸음 교재를 참고하고 있다.​(스와힐리어에는 매우 다양한 명사 부류가 있고, 명사가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그리고 단수인지 복수인지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소가 등장하기 때문에 도표를 보며 암기하는 과정이 필수이다.)​내가 느끼는 스와힐리어의 매력은 대략 이런 것이다.동사-논항 일치 표지가 어간의 앞에 나타난다는 점도 낯설어서 재미있고, (뭐 세계에 이런 언어는 많겠지만, 내가 이제껏 배워 본 언어 중에서는 유일하다.)다양한 명사 부류에 따라 명사구 의존어들에 일치 표지가 각기 달리 붙는다는 점도 매..

언어학 2024.11.10

이슬람교 기도 시간 알림 '아잔'의 표기에 관한 짧은 영상 (feat. 화자 마자 브라자)

https://youtube.com/shorts/eR38ceQeLj8?feature=share 작년 신혼여행 출국길에 두바이 공항을 경유했다.(신혼여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올려 보겠다.)​두바이에 내리고 얼마 안 되어서, 공항에 큰 소리로 어떤 아랍어 방송이 나왔다.아랍어를 모르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난생 처음 듣는 방송이었다.​처음 듣는 소리이기는 했지만, 이내 어렸을 때 '가로세로 세계사'에서 읽었던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 알림'인가 보다, 하고 추측할 수 있었다.​그때는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몰랐는데, 최근에 검색해 보고 '아잔'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아잔'의 원어는 아랍어 أذان이다.로마자로는 대략 'adhān과 같이 옮길 수 있고, ('는 성문 파열음)국제..

언어학 202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