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형론 6

[언어유형론] 중국어의 어순이 특이한 이유 - 관계절과 SVO 어순

중국의 역사 드라마 을 얼마 전에 정주행했다. 중드 연희공략(延禧攻略) 간략 리뷰 + 대사 받아쓰기청나라 건륭제 때의 비빈 암투를 다룬 ‘사이다패스’ 드라마 연희공략(延禧攻略 yan2 xi3 gong1 lve4)을 7...blog.naver.com 드라마를 보다 보니 문득, 중국어의 문법에 대해 새삼 특이한 점이 느껴졌다. "可是她是一个连自己都保护不了的可怜人。" [그러나] [그는] [이다] [한 명의] [자기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 "그러나 그는 자기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었어." 위 문장을 보면, 관계관형절 '자기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은 그것이 수식하는 명사 '(불쌍한) 사람'의 앞에 위치한다. 중국어가 동사를 목적어 앞에 두는(VO) 언어임을 고려하면 이것은 아주 특이한..

언어학 2024.08.04

'빠르다~이르다'와 '느리다~늦다'의 비대칭 - 코퍼스, 의미 지도와 CLICS, 속도와 시점의 다의성

나는 가끔 의도치 않게 불을 켠 채로 잠이 든다. (이 글에서 이야기했듯)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 습관은 덜 고쳐져서, 가끔 아내가 먼저 잠들면 옆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책을 보다가 불을 미처 못 끄고 잠들어 버리곤 한다. 몹시 미안하게도, 그럴 때는 아내가 새벽에 깨서 불을 끄고는 다시 잠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상황 파악을 하고 나면, 내 부주의 때문에 나 자신도 아내도 제대로 푹 쉴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자책이 내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이면 아내는 나를 원망할 법도 한데, 자기는 불을 켠 채로 자는 것에 대해서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늘 무덤덤하게 넘겨 준다.) '불 키다' 글을 썼던 날도 딱 그런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 날이 설날이었다. 날짜 감각이...) '몇 시에 ..

언어학 2024.02.11

[언어유형론] 교착어, 굴절어, 고립어(분석어)

'언어유형론'은 언어의 유형에 관한 학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가 사람을 성격에 따라 16개의 유형으로 나누는 것처럼, 언어도 여러 기준에 의해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가 있다. MBTI 검사에서 사람의 성격 유형이 '지아는 INFP, 서아는 ESTP, ...'하는 식으로 나뉘듯이, 언어유형론의 접근을 대략 말하자면 '한국어는 A유형, 영어는 B유형, 중국어는 C유형' 하는 식이 된다. (+ 다만 언어의 유형은 16개 MBTI 유형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한 언어가 어느 유형이다 하고 말하는 것도 마냥 쉽거나 100% 정확한 일이 아닐 때가 많다.) 여러 MBTI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이 각자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구경하는 일이 재미있듯이, 각 유형에 속하는 언어가 서로 어떤 특징을 ..

언어학 2023.12.16

동사에 주어 일치가 생기고 유지되는 이유? [일상의 언어유형론과 기능주의 언어학]

머리를 자를 때의 일이다. (‘머리를 자르다’는 고빈도 연어인 것 같은데 ‘머리카락을 자르다’는 이런 자리에서 잘 안 쓰는 듯..? 떠오르는 이미지가 좀 다르다.) 매달 가는 곳이라서 머리를 잘라 주시는 분이 내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걸 알고 계셨고, 본인도 곧 결혼하실 예정이시라 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다. 그런데 미용실에 틀어져 있는 음악 소리, 드라이기 소리, 바리깡 소리가 계속 섞이니까, 상대방이 말하는 문장의 서술어는 얼핏 들리는데 그 문장의 주어가 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예를 들어 ‘... 술을 안 좋아해서 돈도 아끼고 좋(다?)’와 같은 말들을 들을 때 결혼을 준비하는 헤이디자이너 본인의 커플이 그렇다는 말인지 아니면 머리를 잘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나 우리 부부가 그..

언어학 2023.11.19

능격-절대격은 무엇이고 왜 쓰이는가?

언어학, 언어유형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능격-절대격'이라는 해괴한 문법 시스템을 가진 언어를 마주하게 된다. 워낙 낯설다 보니 한두 번 봐서는 개념을 바로 내재화하기가 쉽지 않다.주격이나 목적격은 아는데, 능격은 뭐고 절대격은 무엇인가?이 낯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에게 익숙한 '주격'과 '목적격(대격)'을 해체해 보아야 한다. a.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b. 호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위 문장에서 '엄마가'와 '호랑이가'는 주격(&주어)이고, '쥐를'은 목적격(&목적어)이다. 새삼스러울 만큼 당연한 소리다.그런데 위의 '엄마가'와 '호랑이가'가 둘 다 주격이라 해서 정말 서로 똑같은가? 이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느끼기는 쉽지 않..

언어학 2022.09.13

의미를 비교하기 - 의미 지도와 개념 공간

(1)수분이 없는 상태, (2)살이 없음, (3)종이같음(?), (4)길이가 길고 둘레가 작음 (1)~(4)의 의미를 한 단어짜리 형용사(또는 동사)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한국어)제가 생각한 답은 이렇습니다. (1)과 (2): '마르다~말랐다'   /    (3)과 (4): '얇다~가늘다' ('얇다'와 '가늘다'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한국어에서는 이렇게 (1) 의미와 (2) 의미를 묶어서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고, (3) 의미와 (4) 의미에 대해서는 각각 별도의 단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1)에 대해서 '건조하다' 등 또 별도의 표현이 가능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르다'의 의미 범위가 (1)에서 (2)에까지 미친다는 것입니다.(1)수분이 ..

언어학 202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