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과 언어학 3

반증가능성과 인지언어학의 '과학성' -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좋은 이론이 아니다?"

대학에서 인지언어학 수업을 수강할 때였다.​ 내가 인지언어학 수업을 수강하던 학기는 코로나19로 인해 개강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와 함께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실시된 첫 학기였다. 덕분에 교수님도 수강생들도 이 비대면 학교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중간에 대면 강의로 전환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상당히 혼란스러워했으나, 2024년 지금의 입장에서 돌아보니 내게는 결과적으로 장점도 있었다.​ '아싸' 성향이 강한 내게 기본적으로 비대면 환경이 마음 편한 것도 있었지만, 그 외의 장점 중 하나는 교수님의 말을 거의 받아쓰기하듯이 필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면 수업을 들을 때도 나는 가끔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무리가 갈 정도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필기하려고 했었는데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나중에 다시..

[언어학과 과학철학] 구문문법과 생성문법은 서로 다른가? - <물은 H2O인가?>로 생각해 보기

*이 글은 특히나 제 그릇을 벗어나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은 마냥 독자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기보다 개인적으로 이해한 내용을 메모처럼(, 그러나 가급적 가독성 있게) 한번 정리해 보는 것, 그리고 혹 제가 이해한 내용 중에 발견되는 오류를 교정해 주실 분이 계시다면 가르침을 부탁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세요.​*구문문법 수업에서 구문문법도 광의의 생성문법에 포함된다고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Fillmore류 구문문법만큼은?) 그래서 그 수업에서는 구문문법과 대비되는 촘스키언 통사론을 '생성문법'이 아니라 '주류 생성문법(Mainstream Generative Grammar)'이라고 일컬었습니다. 본문에서는 촘스키언 통사론을 일컫는 이름으로 주로 '주류변형생성문법'이라는 ..

[언어학과 과학철학] 관측의 이론적재성, 신호와 잡음

언어학도들은 Praat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음향음성학(acoustic phonetics)을 배우면서 스펙트로그램이나 파형으로부터 어떤 분절음이나 음성 자질을 나타내는 단서, 즉 신호(signal)를 찾아내는 법을 공부하고는 한다. ('포먼트formant'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런데 막상 실제 음성 데이터를 가지고 스펙트로그램 읽기를 시도해 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관찰하는 음성 데이터에 우리가 관찰하고자 하는 언어음 말고도 다양한 잡음(noise)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잡음은 단순히 우리가 찾는 신호를 숨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변형을 가할 때도 있어서 스펙트로그램 해석을 더욱 어렵게 하고는 한다. 이러한 개념 용어는 통계/데이터 분석과 같은 분야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