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55

'구름'과 '하늘' - sky는 원래 '구름'?!

'구름'이라는 의미와 '하늘'이라는 의미가 어원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사례들이 있다. (후술하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최소한 100개 이상의 언어에서 관찰되었다.)영어의 sky도 원래는 '구름'이라는 뜻으로 쓰이던 말이었다.모 카페에서 '구름 요거트 스무디'를 먹으면서 생각났던 거라 그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그건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 이제는 sky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초등학생도 하늘이라 답하겠지만,sky는 중세 영어(Middle English)가 쓰이던 13세기경에만 해도 주로 '구름'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며,14세기쯤에 sky가 '하늘'이라는 뜻으로 쓰인 예가 나타나기 시작하지만당시에도 sky는 여전히 '구름'이라는 뜻을 같이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sky가 '하늘'의 뜻을 얻기 전에는 heofo..

언어학 2023.02.04

베트남 한자어 쉽게 익히기 교재(?) 공유

​한때 관심을 갖고 만들어 보려고 했었다.대충 이런 컨셉이다:​xâm lược ()페이지에 나와 있는 표를 보고 위 단어의 의미를 맞춰 봅시다. X – ㅊ Â - ㅣ M – ㅁ L – ㄹ ƯƠ - ㅏ,ㅑ C - ㄱ ‘침락’ 또는 ‘침략’ 의 두 가지 경우가 생기는군요. 어느 쪽이 정답인지 보이시죠?‘xâm lược’ 이라는 단어는 ‘침범할 침(侵)’ 자와 ‘빼앗을 략(略)’ 자가 합쳐져서 형성된 단어입니다. 각각의 한자를 베트남어에서 ‘xâm’, ‘lược’이라고 읽는 것이죠. 그리고 이 단어의 의미는 ‘침략하다’입니다. 방금 본 ‘xâm lược’이라는 단어처럼 베트남어에는 한자어가 굉장히 많습니다. 베트남어 단어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수는 한국어 한자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

언어학 2023.01.23

터키어와 야쿠트어의 숫자 비교 (1-10) 터키어와 시베리아의 친척 언어

터키어(튀르키예어)와 사하어(야쿠트어)로 1부터 10까지의 수 표현을 읽어 보았다.​1 터키어: bir 사하어: биир(biir)2 터키어: iki 사하어: икки(ikki)3 터키어: üç 사하어: үс(üs)4 터키어: dört 사하어: түөрт(tüört)5 터키어: beş 사하어: биэс(bies)6 터키어: altı 사하어: алта(alta)7 터키어: yedi 사하어: сэттэ(sette)8 터키어: sekiz 사하어: аҕыс(ağıs)9 터키어: dokuz 사하어: тоҕус(toğus)10 터키어: on 사하어: уон(uon)​터키(튀르키예)와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쿠티야(사하 공화국)는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멀리멀리 떨어져 있다. 구글에서 야쿠츠크-이스탄불 길찾기 검색을 하..

언어학 2023.01.23

언어학의 매력을 전도하는 법 (+ 근황)

1. 토익은 975가 나왔다. 시험 봤던 당일에는 LC를 잘 못 본 것 같았고 RC는 완벽하게 푼 거 같았는데 막상 결과는 약간 반대로 나왔다. LC 단문-단답 유형이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좀 어렵게 나와서 당황했는데 다행히 꽤 맞혔거나 남들도 많이 틀렸거나 했나 보다. 2. 오늘 '한국 언어학 올림피아드' 접수가 마감된다고 한다. 언어학도 언어학 올림피아드도 아주 재미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안타까워서, 지난 1개월간 기회가 닿는 대로 몇몇 사람에게 언어학 올림피아드를 홍보하고 언어학이 매력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직간접적으로 들은 피드백에 의하면 이제 적어도 몇 명은 언어학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과 그게 꽤 재미있는 공부라는 걸 기억하게 된 것 같다.당연히 아무런 대가가 있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

언어학 2022.12.31

광동어와 베트남어 한자음의 비교 - 日과 一

광동어를 공부하는 재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한자의 발음을 다른 언어와 비교해 보는 게 특히 재미있다.분절음(자음과 모음)의 비교도 재미있지만, 성조의 비교가 또한 아주 흥미롭다. 광동어와 표준 중국어(Mandarin)와의 성조 비교도 재미있겠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나 생각해 본 바가 없고,광동어처럼 한자음에서 입성을 유지하고 있는 (-k, -t, -p 받침이 남아 있는) 베트남어 한자음과 광동어를 비교하는 게 재미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날 일日과 한 일一은 한국 한자음으로는 모두 '일'이다. (일종의 '성조(?)'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광동어와 베트남어에서도 日과 一의 자모음 구성은 서로 같다. 광동어에서는 둘 다 '얏', 베트남어에서는 둘 다 '녓'이다.그러나 광동어도..

언어학 2022.10.23

말실수와 언어학, '-ㄹ 수 있-' 구문?

"프로그래머라면 단순 반복 작업은 뭐든 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어야 할 수 있지"내가 실제로 했던 말실수다. 원래는 '프로그래머라면 단순 반복 작업은 뭐든 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 수 있어야 하지'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 꼬였다.(원래 하려던 말도 좀 이상한데, 내 말 뜻은 하나의 코드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임의의 단순 반복 작업에 대해 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코드를 하나씩은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내 의도는 내가 아니까 원래 말하려던 게 '...만들 수 있어야 하지'라는 것도 확실하고, 실제로 말한 문장이 말실수라는 것도 확실하다.위 말실수 사례는 '-ㄹ 수 있-'의 통사적 단위성 (즉 구문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ㄹ 수 있-'을 더 분석해서 관..

언어학 2022.09.22

'선 넘네', 'push the line' - 개념적 은유

어떤 행동이 수용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선을 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이미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면 '선을 넘었다'라고 하고,수용 불가능한 수준의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할 때는 '선을 넘지 마라'라고 한다.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쓰이고,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쓰이는 표현이다. ('레드라인')레퍼런스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개념적 은유가 드러나는 표현인 것 같다.(아마 누군가가 이미 포착했을 테니까 좀더 열심히 찾아 보면 레퍼런스가 나올 것 같다.)내 생각대로 이 개념적 은유의 구조를 대략 그려 보자면 아래와 같다.근원 영역(Source Domain) 또는 근원 틀(Source Frame)은 거류/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계선과, 그 안에서 거류/이동하는 사람으..

언어학 2022.09.16

능격-절대격은 무엇이고 왜 쓰이는가?

언어학, 언어유형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능격-절대격'이라는 해괴한 문법 시스템을 가진 언어를 마주하게 된다. 워낙 낯설다 보니 한두 번 봐서는 개념을 바로 내재화하기가 쉽지 않다.주격이나 목적격은 아는데, 능격은 뭐고 절대격은 무엇인가?이 낯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에게 익숙한 '주격'과 '목적격(대격)'을 해체해 보아야 한다. a.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b. 호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위 문장에서 '엄마가'와 '호랑이가'는 주격(&주어)이고, '쥐를'은 목적격(&목적어)이다. 새삼스러울 만큼 당연한 소리다.그런데 위의 '엄마가'와 '호랑이가'가 둘 다 주격이라 해서 정말 서로 똑같은가? 이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느끼기는 쉽지 않..

언어학 2022.09.13

'낙뢰'와 표준 발음법과 국어 교육에 관한 단상

비음 뒤의 [ㄹ]을 표준 발음으로 편입시키지 못할/않을 이유가 있을까?이 유튜브 영상에서 기자는 '낙뢰'를 [낭뤠]로 발음한다(9번 중 7번). 표준 발음인 [낭눼]는 겨우 두 번 나온다. ​국어 시험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누구나 알겠지만, 표준 발음법 안에서라면 /ㄹ/은 /ㅇ/ 뒤에서 항상 비음화되어 [ㄴ]으로만 발음된다. (유음의 비음화)​외람되지만 (규범 문법의 많은 내용이 그렇듯이) 지금의 언어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비음화'만'을 표준으로 삼는 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낙뢰'의 발음은 [낭눼]로 적혀 있다. (와중에 [낭뇌] 옆 스피커 모양을 누르면 꽤 이국적으로 들리는 단모음 [ㅚ]의 발음을 들어볼 수 있다.) [낭뤠]를 비롯하여 비음 뒤의 [ㄹ..

언어학 2022.08.06

세종코퍼스 연어(collocation) 분석하기 - '곧이곧대로'

'곧이곧대로'의 연어(collocation)에 대해 대략 아래와 같은 예상을 했었다. (결과의 윤곽을 보고서 약간 입맛에 좋게 수정했지만 골자는 비슷하다)- 문장에 '곧이곧대로'가 쓰였을 때, 그 뒤에 '믿다'가 출현하는 빈도는 우연에 의한 것보다 유의미하게 높을 것이다. - 문장에 '곧이곧대로'가 쓰였을 때, 그 뒤에 부정의 의미가 나타나는 빈도는 우연에 의한 것보다 유의미하게 높을 것이다. 총 9,942,848어절의 세종코퍼스 현대문어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일단은 이 생각이 대강 맞는 것 같다.아직 통계분석을 해 보지는 못했으나,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잠정적으로 확인을 했다. 결과는 대략 아래 표와 같다.  '곧이곧대로'의 출현 빈도30 (/ 9,942,848)'곧이곧대로 믿(다)..

언어학 2022.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