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브런치 작가 4수 합격생은 무슨 글을 제출했을까? - 시각 자료?

cha5ylkhan 2023. 4. 2. 12:04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모르는 사실인데,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려면 우선 심사를 받아서 업로드 자격을 얻어야 한다. (나도 몰랐다.) 나름대로 실질적인 심사라서 4번 5번씩 도전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브런치 업로드 자격을 얻고 싶은 지원자는 300자 이내의 자기소개서, 300자 이내의 활동계획서(?)와 함께 자신이 쓴 글 4개와 기존에 운영하던 블로그, 출판했던 책(있다면)에 대한 정보를 첨부하여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 쓴 글을 첨부할 때 분량 제한은 없지만 총 4개의 글로 제한되니 어떤 글을 제출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나는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에 함께 올렸던 글 중에 4개를 골라 복붙해서 제출했다. 어떤 글인지는 이따가 공개하겠다.

 


얼마 전에 브런치에 합격했다.

브런치 직원이 됐다는 뜻이 아니고 그냥 브런치에 글을 올릴 자격이 주어졌다는 뜻이다.

신청하는 건 ‘작가 신청’이라 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릴 자격을 얻는 건 ‘브런치 작가가 된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건 왠지 괜히 거창한 것 같다.

ㄹㅇ4수임

네이버 블로그 활동에 영감을 주신 분이 브런치에서도 활발하게 활동중이신 걸 보고 나도 따라 도전했다.

처음에는 심사래 봤자 그냥 블로그 수준이겠거니 하고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서, 자기소개서도 활동계획서도 슥슥 대충 쓰고 심사받을 글도 적당히 첨부해서 냈는데 광탈했다.

떨어져도 별 생각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떨어져 보니까 안 그래도 일하는 중이라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불합격 알림까지 받으니 생각보다 기분이 나빴다. 그 뒤로 오기가 생겨서 나름대로 성의를 넣어 두 번 더 도전해 봤지만 여전히 안 됐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 전략이 잘못됐던 것 같다.

브런치는 출판과 밀접한 플랫폼이라서 그런지 주제의 통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한 번 언어학 글만 모아서 제출했다가 불합격하고 나니까 조바심이 생겨서 그랬는지

외국어 자격증시험 성적을 자랑하는 글 하나,

언어학에 대한 글 하나,

공무원이 어쩌고 하는 글 하나

이런 식으로 막 섞어넣어서 짬뽕을 만들어 제출했으니 제대로 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기왕 언어학 글만 제출해서 합격을 했으니 브런치는 언어학 글 위주로만 채우고, 다른 주제에 대한 글은 여기에 올려야겠다. 물론 언어학 글은 여기에도 같이 올리고.)

아무튼 3번의 불합격을 딛고 다시 한 번 브런치 작가 신청을 맘먹은 데는 최근에 동음이의어와 accidental gap에 관한 글에 주변인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준 일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동음이의어 글 링크는 밑에 첨부)

몇몇 사람이 그 글에 대해서 (기존의 글에 비해 배경지식이 덜 필요하고?) 가독성이 있다는 의견을 주었다. 특히 나에게 브런치의 세계를 알려주신 분이 중간중간에 시각자료를 넣은 것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듣고 보니 글의 내용이 어떻든지 간에 줄글로만 되어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 있는 편이 독자 입장에서 일단 읽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왠지 더 신뢰가 가는 느낌이 들 듯했다. 스스로도 블로그를 하면서 그런 느낌을 가끔 받았기 때문에 요즘은 뭐라도 사진을 첨부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동안 브런치에 지원할 때 시각 자료가 들어 있는 글은 거의 제출하지 않았던 듯싶었다. 혹시라도 결과에 영향이 있을까 해서 이번에는 사진이 들어 있는 알록달록한 글 위주로 제출해 보기로 했다.

작년에 브런치 지원을 해 보던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서, 마침 그동안 올린 글에 시각 자료를 넣어온 게 몇 개 쌓여 있었다.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제출했다.

제출한 글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 링크도 같은 글 링크이다.)

 

https://cha5ylkhan.tistory.com/m/34

 

동음이의어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 꿀잼 심리언어학 실험, accidental gap의 쓸모

1. 동음이의어의 비효율성 의혹 국어를 공부할 때든 외국어를 공부할 때든 언어에 동음이의어가 아주 많이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곱씹어 보면 이상한 일이다. 동음이의어는 언

cha5ylkhan.tistory.com

(능격-절대격 글은 유일하게 네이버 블로그에서보다 티스토리에서 좋아요 개수가 더 많은 글이었다.)

 
 

 

합격을 위해 브런치 자기소개서와 활동계획서에는 자신있는 척 대단한 척 막 과장해서 썼지만, (거짓말은 안 했지만 민망해서 공개 못 하겠다.)

실은 언제나 그렇듯이 나 같은 비전문가가 엉터리 이야기를 막 적어서 아는체를 하는 바람에 언어와 언어학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심화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언어학 가짜뉴스 제작소가 되어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랄지

그래도 혹시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언어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각자 스스로 공부하며 더 정확하고 좋은 소스를 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 글에 섞인 오류가 걸러지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그냥 언어학 덕후 진입로로서의 기능 정도는 훌륭하게 하는 거 아닐까 하는 합리화를 해 본다.

(매번 오류와 비약을 지적해 달라고 글 끝에 적고는 있지만 나도 알고 있다. 진짜 전문가 분들은 내 글이나 읽고 있을 시간도 없고 거기 실린 오류를 하나하나 정성들여 교정해 줄 시간은 더더욱 없다.)

하여튼 기왕 브런치스토리에 입성하게 되었으니 그런 우려를 더 마음에 새기고 신경써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글을 적어 봐야겠다.

+ 내가 핸드폰만 켰다 하면 네이버 블로그 조회수와 광고수익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중독자라는 걸 Siri가 기가 막히게 알고 추천해 주는 장면이 인상깊어서 캡처. 얼마 전에 첫 광고수익이 입금됐다. 10월부터 2월까지 쌓인 게 5만원 정도니, 정말 딱 한 달에 10,000원 꼴이더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