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성 제목이 민망하다)
한글의 장점을 미국인이 열심히 칭찬하는 유튜브 영상을 발견하고 번역하여 자막을 달았다. 7년 전에...ㅋㅋ
2014년 말, 유튜브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어떤 영상을 발견했다.
언어학을 좋아하는 미국의 고등학생 Xidnaf라는 사람이 만든 영상이었는데,
한글의 유래와 장점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재미있게 영상을 보고 나니 문득, 한국어 자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만든 사람은 한국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만든 게 아니었지만,
한국인들이 이 영상을 보면 신선하게 생각하고 좋아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K-무엇무엇이 이만큼의 위상이 아니었으니,
외국인이 한국의 무언가를 칭찬하는 이야기는 아직 그렇게 식상한 클리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영상이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만 되어 있어서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걸 못 볼 거라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솔직히 내가 자막을 달아서 어디 다른 데에 올리면(무단 전재)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제작자에게 '당신의 영상을 번역해서 자막을 만들어도 되나요?' 하고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제목이나 썸네일도 당시에는 다 영어로 되어 있었는데,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외국인이 본 한글', '자막 있음' 같은 문구를 넣자고도 했다.
유튜브의 어떤 기능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는데, 지금은 원본 메시지를 찾을 수가 없다.
어쨌든 제작자는 무사히 메시지를 받았고, 내 메일을 통해 긍정적으로 회신해 주었다.
이렇게 영상 대본을 통째로 보내 줘서, 그걸 보고 번역을 했다.
메일 로그를 보니까 번역에는 총 3-4시간 정도가 걸렸던 모양이다.
사실 지금 번역 결과물을 다시 보면 좀 이상해 보이는 데도 있고 여러모로 개선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열심히 했었다.
영상 제작자 Xidnaf는 description 끝자락에 이렇게 나에게 감사의 한 마디를 남겨 주었다.
처음에는 한국인 시청자가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1년쯤 지나고 나서는 한국인들이 자막을 칭찬하는 댓글도 종종 달렸던 모양이다.
Xidnaf는 바쁜 와중에도 나를 잊지 않고 그 댓글을 군대에 있던 내게 전달해 주었다.
요즘 댓글창에서는 영상 제작자를 칭찬하는 한국인들의 댓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조회수 700만 중에 절반 정도는 자막 덕분에 생긴 게 아닐까?ㅋㅋ
내 얘기는 없지만 어쨌든 이런 댓글이 달리는 데에 내가 기여했다고 생각하면 괜히 뿌듯하다. (인생 최대 업적)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댓글 의견 중에는 학교 수업에서 보조자료로 써도 좋겠다는 말도 있고 하니,
학생 여러분과 교사 여러분의 적극적인 시청을 권장하는 바이다.(ㅋㅋ)
(물론 여러 면에서 정정과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이므로 그런 것을 발견하시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여담이지만 자막을 처음 달았을 때는 모바일 환경에서 자막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제작자도 나도 몰랐다.
그래서 그 문제로 제작자를 약간 고생시켰는데, 제작자는 결국 포기하고 나에게
'그냥 자막이 아예 포함된 영상을 하나 더 만들어서, 네가 어디 올리고 싶으면 올려라'라고 했다.
그때는 나도 귀찮고 방법을 잘 몰라서 넘겼는데, 만약 어디 올렸으면 지금쯤 아마 조회수가 꽤 잘 나와 있지 않았을까 싶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