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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 수어 대화 하다가 실수해서 빵 터진 이야기

때는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을 한창 준비하던, 약 2년 반 전. 내 유일한 농인 지인 선생님께 청첩장을 드리려고, 그분께 함께 배웠던 청인 한 분과 함께 만나 고깃집에 갔다. 농인은 고기를 직접 구워 먹으면 식사하면서 수어로 대화하기가 불편하다는 얘기를 전에 ‘유손생’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접한 적이 있어서, 일부러 직원이 구워주는 곳으로 갔다. 식사를 하면서 수어로 무슨 얘기를 하다가 내가 아래와 같은 단어를 썼는데 농인 선생님하고 청인 학생 분이 함께 빵 터졌다. 그러고는 그건 ‘더럽다’고, 내가 원래 하려던 말은 아래와 같은 동작이라고 다시 알려주셨다. 손가락이 이동하는 루트가 거의 비슷한데 방향만 반대라 (손모양이 좀 다르긴 하지만) 초보인 나로서는 헷갈릴 법도 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는 뭔가가 ..

언어학 2026.02.08

[언어유형론] SVO? SOV? 세상에서 제일 흔한 어순은? 그 이유는 뭘까?

자연언어에서는 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패턴(유형)의 현상이 관찰되는 것이 아니며,어떤 패턴(유형)은 발견되더라도 극히 드물게만 존재한다.예를 들어,전치사나 조사와 같은 기능어(function word)가 명사나 동사와 같은 내용어(content word)보다 평균적으로 더 길거나 복잡한 형식을 취하는 언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그러니까 [기능어의 형식 > 내용어의 형식]이라는 유형과 [기능어의 형식 이러한 불균형은 형식의 크기가 사용 빈도와 반비례한다는 관찰(링크)과 기능어가 보통 내용어보다 고빈도로 사용된다는 관찰을 통해 어느 정도 설명 가능하다.이렇듯 유형 간의 불균형을 기술하고 그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 언어유형론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언어유형론의 매력은 배제하는 설명력에 있다, 고도 표..

언어학 2026.01.24

일본인이 알려주는 중국(대륙)과 대만의 중국어 발음(성조) 차이 (+ 중국어 점자)

https://youtu.be/LcGSypZXHb0?feature=shared 垃圾 ‘쓰레기’중국 대륙에서는 lā jī 라고 말하지만, 대만에서는 lè sè 라고 말한다.​​亚洲 亞洲 ‘아시아’중국 대륙에서는 Yà zhōu,대만에서는 Yǎ zhōu​​​法国 法國 ‘프랑스’중국 대륙에서는 fǎ guó대만에서는 fà guó​法律(법률) 같은 단어는 대만에서도 똑같이 fǎ lǜ 이므로 ‘프랑스’만 특이케이스 아닐까 한다고 함 + 네이버 서로이웃 ‘나비’ 님께서 댓글로 알려주신 내용을 공유한다. https://dict.revised.moe.edu.tw/dictView.jsp?ID=33706&q=1&word=%E6%B3%95%E5%9C%8B辭典檢視 - 教育部《重編國語辭典修訂本》2021" data-og-descr..

언어학 2026.01.03

점자독학러 점자책 추천 - ‘손끝으로 안부를 묻다’

손끝으로 안부를 묻다(점자책) : 네이버 도서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search.shopping.naver.com 점자동시선집 .​ 점자책답게 4만원이라는 가격을 자랑하지만, 평소 독서를 좋아하는 친구가 이번 생일에 상품권을 선물해 주어 소장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점자 독학에 큰 도움이 될 듯하여 충분히 돈값을 한다고 본다.​ 여러 이유로 점자를 공부해 보기로 마음 먹은 지 한참, 점자를 기왕 배우는 김이라면 직접 손끝으로 읽는 연습을 하는 게 더 멋있고(?) 의미 있어 보였다. 그래서 점자책을 하나 구비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전에 말했듯 온라인서점에서 편하게 구할 수 있는 점자책은 대개 아동용 그림책이다. 그 중 ‘점이 모여 모여’를 한번 읽어 봤었는데(링크), 역시 아동용 그림책..

카테고리 없음 2026.01.01

초등학생에게 언어학 (올림피아드) 영업하기

지난 몇 년 동안 여기저기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린 학생들에게 언어학의 매력과 언어학 올림피아드의 재미를 ‘전도’해 왔다.(링크)​농담처럼 ‘영업’이나 ‘전도’라는 말을 쓰지만, 그 나이대 학생들이 언어라는 낯선 소재를 가지고 머리를 좀 써서 퍼즐 풀이 활동을 한번 해 보는 것, 언어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가져 보는 것, 농인들이 사용하는 수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만국 공통어가 아니라 독자적인 문법 규칙을 갖는 자연 언어라는 사실을 배우는 것에는 그 나름의 교육적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미래의 언어(학)덕후가 한두 명 생기면 금상첨화고​올 연말에도 다행히 좋은 기회가 마련되어서 이상 말한 활동들을 몇 번 해 보았다. 이번에는 유독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게 직접 눈에 보여서 보람이 있었다. 이번이..

언어학 2025.12.27

Maddie가 Mary가 된 이야기 - Ma-đi를 거쳐 (ft. 베트남 어학연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폰을 보니 이런 알림이 떠 있었다. ​알림에 등장하는 두 사람과 관련해 블로그에 써 둘 만한 이야기가 있어서 좀 적어 본다.​2017년 8월에 나는 베트남 하노이에 있었다.당시 하노이 국립대 인문사회과학대학 어학당(맞나)에서 알게 된 사람이 몇 명 있었다. - 미국인 인류학 박사과정생(베트남수어 셋 중 하나와 미국수어에 통달한 사람이었다. 아쉽게도 당시의 나는 수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미국인 역사학 박사과정생,- 내가 나온 한국외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하시고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계시던 선배님 한 분,- 모 대기업에서 하노이 주재원으로 파견 나오신 분​거기에 나까지 네다섯 명이서 한동안 수업을 같이 들었는데 그 멤버로 가끔 밥을 같이 먹는다든지 그랬다.​우리가 가장..

언어학 2025.12.25

눈치와 언어 - 정보구조

A: 수화에서는 표정이랑 입모양이 중요하잖아, B: (처음 듣는 표정)A: ('아, B는 모르는구나') 표정이랑 입모양이 중요하거든? 그래서 농인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소통하기가 불편하대.- 가상 대화 (근데이제 복수의 실제 대화로부터 재구성한) A는 말을 하면서 B의 배경지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첫 줄에서는 B가 내용을 안다고 생각하고 '-잖아'라는 어미를 사용했고,B의 표정을 통해 모른다는 것을 눈치채고 '-거든'으로 어미를 바꾸어 다시 말하고 있습니다.​왜 이런 행동을 할까요?​사실 "수화에서는 표정과 입모양이 중요해서 농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소통하기가 불편하대"라고 한 문장으로 말해도 될 텐데 말입니다.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는 다 담겨 있으니까요.​그러나 일상 대화에서 저렇게 말을 하면 ..

언어학 2025.12.22

베트남 호찌민(호치민) 주석의 한시, 『옥중일기』와 파자시 「折字」

베트남은 한국,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지금의 베트남어에는 한국어만큼 한자어가 많다(링크1 링크2). 과거 베트남에서는 각종 공문서를 포함한 다양한 글에 한문을 사용했고, 우리나라의 옛 문인들이 그랬듯이 베트남의 옛 문인들도 한문으로 시를 썼다. 고려, 조선 사람과 베트남 사람이 만나 필담을 주고받은 사례도 많다고 한다.(링크)​ 베트남의 민족 영웅 호찌민(Hồ Chí Minh 胡志明 호치민, 호찌밍) 주석 또한 한학漢學을 배우며 자라났다. 그의 아버지는 베트남의 과거科舉 시험에 합격한 유학자였고, 외할아버지는 서당 훈장이었으니, 호찌민 주석 또한 어려서부터 한문을 익숙하게 읽고 쓰며 지냈으리라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사실은 호찌민 주석이 남긴 저술에서도 잘 드러난다.​ 호찌민은 중국의..

카테고리 없음 2025.12.18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원 모의수업 과정 중 발견한 재미있는 현상 (feat. 교사말, '-냐면'의 문법화와 정보구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 취득 과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최근에는 초급 문법 항목을 하나씩 배정받아 저마다 맡은 문법 내용으로 모의수업 지도안을 짜고 모의수업 영상을 촬영하여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다.​세종학당재단 '누리 세종학당'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세종한국어(증보판)' 교재 제3권의 각 과에 나오는 문법 내용이 과제 대상이었고, 나는 그 중 'V/A-(으)니까, N-(이)니까'를 맡았다.​ 짧은 시간 이 분야에 발을 담가 보니,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수업에 쓰이는 '교사말'이라는 것이 꽤 흥미로운 주제다.​'교사말'이란 교재에 나오는 한국어 예문이나 대화문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고, "'걷다'는 동사예요"라든지 "잘 듣고 따라하세요"처럼 교사가 학습 내용을 설명하고 수업을 ..

언어학 2025.12.07

언어학자의 낭만

“책을 한 권만 읽고서 아는 체하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들 한다. (누가 처음 한 말인지 찾아보려고 했는데 확인하기 어렵다.)​ 나는 ‘한 권만 읽고 아는 체하는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할 때가 많다. 규범주의적 언어관(표준어 제일주의)에 대해 괜히 막 반감을 드러낼 때가 대표적이다.​ 이제껏 블로그에서 몇 번 드러냈듯(링크1 링크2 링크3), 나는 규범주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학문으로서의 언어학이 취하는 입장 또한 기본적으로 규범주의와는 다르므로, 스스로 언어학자들과 입장을 같이한다는 일종의 자부심같은 것도 갖고 있다.​ 처음 반-규범주의의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은 중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다지 멋진 계기는 아니었고, 채팅을 하다가 누가 내 맞춤법을 지적하자 그에 대한 반감으로 핑계를..

언어학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