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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과 과학철학] 구문문법과 생성문법은 서로 다른가? - <물은 H2O인가?>로 생각해 보기

*이 글은 특히나 제 그릇을 벗어나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은 마냥 독자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기보다 개인적으로 이해한 내용을 메모처럼(, 그러나 가급적 가독성 있게) 한번 정리해 보는 것, 그리고 혹 제가 이해한 내용 중에 발견되는 오류를 교정해 주실 분이 계시다면 가르침을 부탁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세요.​*구문문법 수업에서 구문문법도 광의의 생성문법에 포함된다고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Fillmore류 구문문법만큼은?) 그래서 그 수업에서는 구문문법과 대비되는 촘스키언 통사론을 '생성문법'이 아니라 '주류 생성문법(Mainstream Generative Grammar)'이라고 일컬었습니다. 본문에서는 촘스키언 통사론을 일컫는 이름으로 주로 '주류변형생성문법'이라는 ..

2년 전 오늘, 나의 언어학 관심사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어느새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운영한 지 vs 운영하기 시작한 지?)이 글을 올렸던 게 2년 전이라니 정말이지 잘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나 많이 지난 걸까. 구문문법에 대한 신간 도서 소식 (Thomas Hoffmann 인터뷰 영상 리뷰)Martin Hilpert의 유튜브 채널에 무려 오늘(!) 아주 따끈따끈한 영상이 올라왔다. 이번에 새로 Cambridg...blog.naver.com"하여튼 ... 구문문법과 언어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다."여러가지 이유로 요즘은 저런 글을 잘 안 올리지만, 초창기의 조회수 낮은 몇몇 포스팅에서 엿볼 수 있듯이, 원래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저런 이론 이야기도 종종 해 보려고 했었다. 대학에서 나름 진지한 관심..

언어학 2024.06.16

언어학자는 맞춤법을 잘 알까? - 규범문법과 기술문법 (prescriptive grammar vs descriptive grammar)

규범문법: ~하면 안 된다. (prescriptive) 기술문법: 관찰해 보니 ~하더라. (descriptive) (생성문법: 원어민의 머릿속 문장 생성 프로그램을 모사하고자 함) - '문법'이란 어떤 규칙인가? '법'이나 '규칙'이라고 하면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이미지에서는, - '법'이 허용하는 인간 생활 양식의 특정한 범위가 있다. - 그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예를 들면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 - 그러한 금지 규정을 어기는 경우 다양한 차원의 불이익이 따른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은 여러 처벌을 받거나 적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 이러한 금지 규정은 인간 개인의 본능적인 욕심을 억눌러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언어학 2024.05.25

영어로 'Beijing' 어떻게 발음하세요? - YouGlish에서 영어 발음 배우고 hyperforeignism 엿보기

Beijing의 발음에 집중하여 들어 보자.  요새 가끔 유튜브로 영어권 뉴스를 보다 보니 'Beijing'이라는 단어의 발음에서 좀 특이한 점이 느껴졌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영어권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이 대부분 Beijing의 'j'를 마치 불어의 'j'처럼 마찰음으로 (ʒ로) 발음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다. 후술하겠지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상한데, 우선 원래 영어에서 /ʒ/가 매우, 아니 가장 드문 자음이기 때문이고,둘째로 Beijing의 원어(중국어) 발음에서도 'j'는 마찰음이 아니라 파찰음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영어 발음으로 하는 편이 차라리 원어에 가깝다는 말) 우선 Beijing을 이렇게 발음하는 일이 얼마나 흔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유튜브(Youtube) 동..

언어학 2024.05.08

언어학을 배우면 외국어를 잘할까? (Language Simp의 도발적 영상에 대한 간략 감상)

Language Simp라는 폴리글롯 유튜버가 한 시간 전에 도발적인 영상을 하나 올렸다. 흥미로운 말거리가 몇 개 떠올라 감히 말을 얹어 본다. ​ 내 생각은 대략 학습 초기에 모든 분야에서의 정밀성에 집착하는 일은 의욕을 저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해야겠으나, 학습 목표를 중고급으로 올려 갈수록 언어학의 기술(description)을 참고하는 일이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적어도 교수자는 언어학적으로 정밀한 지식을 최대한 알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교수자가 아는 언어학적 지식을 현장에서 언제 얼만큼 학습자에게 명시적으로 전달할지는 별개의 문제고 또한 교수자 역량의 일부다. 와 같이 정리되어 가는 듯.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밝혀 두자면, 사실 이런 주제에 대해 자신있고 당당하게 말할 자격이 있는 유..

언어학 2024.05.02

'빠르다~이르다'와 '느리다~늦다'의 비대칭 - 코퍼스, 의미 지도와 CLICS, 속도와 시점의 다의성

나는 가끔 의도치 않게 불을 켠 채로 잠이 든다. (이 글에서 이야기했듯)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 습관은 덜 고쳐져서, 가끔 아내가 먼저 잠들면 옆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책을 보다가 불을 미처 못 끄고 잠들어 버리곤 한다. 몹시 미안하게도, 그럴 때는 아내가 새벽에 깨서 불을 끄고는 다시 잠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상황 파악을 하고 나면, 내 부주의 때문에 나 자신도 아내도 제대로 푹 쉴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자책이 내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이면 아내는 나를 원망할 법도 한데, 자기는 불을 켠 채로 자는 것에 대해서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늘 무덤덤하게 넘겨 준다.) '불 키다' 글을 썼던 날도 딱 그런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 날이 설날이었다. 날짜 감각이...) '몇 시에 ..

언어학 2024.02.11

"불 키고 자면 안 돼요" - '키다'는 왜 생겨난 걸까?

어렸을 때부터 내게는 아주 좋지 못한 습관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불을 켜 두고 침대에 엎드려 밤 늦게까지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거나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뭘 하다가 불을 끄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면 다음 날이 무척 피곤하다. 아무리 많이 자도 제대로 잔 것 같지가 않고, 왠지 모르게 몸 여기저기가 아픈 느낌이 든다. 어제도 잠들기 전에 미처 불을 끄지 못했다. 예전에 구매했던 고 가쓰히로(오승호) 작가의 소설 을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데, 어제도 밤 늦게까지 그 소설을 보다가 그만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왠지 모르게 몸이 찌뿌둥하고 피로가 덜 풀린 느낌이 든다. 그런데 문득 궁금하다. 불을 안 끄고 자면 정말 몸에 좋지 않을까? 검색..

언어학 2024.02.10

ChatGPT에게 '음운 규칙 프로그램'의 코딩과 디버깅을 시켜 보았다

뒤늦게지만 ChatGPT에게 코딩을 시켜 보았다. 명령어 하나하나마다 어떤 기능을 하는 건지 설명하는 주석도 잘 달아 주고 아주 친절하게 짜 준다. 처음엔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것 같지만, 간단한 말로 피드백을 주면 알아서 잘 반영하고 디버깅한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놀랍다. 무료 버전(3.5)인데도 말을 잘 알아들어서 신기하다. 언어와 매체 국어 문법 시간에 익히 배워 알고 있듯이, 한국어의 예사소리(평폐쇄음과 평파찰음)는 유성음 사이에서 유성음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ㄱ/은 어두에서 무성파열음 [k]로 실현되지만, 유성음 사이에서는 유성파열음 [g]로 실현된다. 이 규칙을 적용하여, /k/ 등을 받아서 그 앞뒤에 있는 음소가 유성음인지 체크하고 그들이 유성음이면 /k/..

언어학 2024.01.20

구독자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영상

K Klein이라는 언어학 유튜버의 영상을 하나 소개한다. 내가 여기서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잘 풀어 주는 영상이다. 특히 이 글에서 다룬 이야기와 관련이 깊다. ​ 2:03부터 본격적으로 동사의 주어 일치가 왜 (통념과 달리) 쓸모있는지를 다룬다. 잘 시청하면 겸사겸사 영국영어 듣기 연습도 된다. (개인적으로 'the idea is ...'를 'the idear is ...'처럼 발음하는 영국영어 특유의 intrusive r이 재미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B_uGsgXKdk 내용이 다 재미있고 마음에 든다. ​ What People Get Wrong About Language - The Ithkuil Fallacy by K Klein https://blog.n..

언어학 2024.01.19

[언어유형론] 교착어, 굴절어, 고립어(분석어)

'언어유형론'은 언어의 유형에 관한 학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가 사람을 성격에 따라 16개의 유형으로 나누는 것처럼, 언어도 여러 기준에 의해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가 있다. MBTI 검사에서 사람의 성격 유형이 '지아는 INFP, 서아는 ESTP, ...'하는 식으로 나뉘듯이, 언어유형론의 접근을 대략 말하자면 '한국어는 A유형, 영어는 B유형, 중국어는 C유형' 하는 식이 된다. (+ 다만 언어의 유형은 16개 MBTI 유형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한 언어가 어느 유형이다 하고 말하는 것도 마냥 쉽거나 100% 정확한 일이 아닐 때가 많다.) 여러 MBTI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이 각자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구경하는 일이 재미있듯이, 각 유형에 속하는 언어가 서로 어떤 특징을 ..

언어학 202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