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CS 3

'빠르다~이르다'와 '느리다~늦다'의 비대칭 - 코퍼스, 의미 지도와 CLICS, 속도와 시점의 다의성

나는 가끔 의도치 않게 불을 켠 채로 잠이 든다. (이 글에서 이야기했듯)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 습관은 덜 고쳐져서, 가끔 아내가 먼저 잠들면 옆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책을 보다가 불을 미처 못 끄고 잠들어 버리곤 한다. 몹시 미안하게도, 그럴 때는 아내가 새벽에 깨서 불을 끄고는 다시 잠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상황 파악을 하고 나면, 내 부주의 때문에 나 자신도 아내도 제대로 푹 쉴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자책이 내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이면 아내는 나를 원망할 법도 한데, 자기는 불을 켠 채로 자는 것에 대해서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면서 늘 무덤덤하게 넘겨 준다.) '불 키다' 글을 썼던 날도 딱 그런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 날이 설날이었다. 날짜 감각이...) '몇 시에 ..

언어학 2024.02.11

'구름'과 '하늘' - sky는 원래 '구름'?!

'구름'이라는 의미와 '하늘'이라는 의미가 어원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사례들이 있다. (후술하겠지만, 전세계적으로 최소한 100개 이상의 언어에서 관찰되었다.)영어의 sky도 원래는 '구름'이라는 뜻으로 쓰이던 말이었다.모 카페에서 '구름 요거트 스무디'를 먹으면서 생각났던 거라 그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그건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 이제는 sky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초등학생도 하늘이라 답하겠지만,sky는 중세 영어(Middle English)가 쓰이던 13세기경에만 해도 주로 '구름'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며,14세기쯤에 sky가 '하늘'이라는 뜻으로 쓰인 예가 나타나기 시작하지만당시에도 sky는 여전히 '구름'이라는 뜻을 같이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sky가 '하늘'의 뜻을 얻기 전에는 heofo..

언어학 2023.02.04

의미를 비교하기 - 의미 지도와 개념 공간

(1)수분이 없는 상태, (2)살이 없음, (3)종이같음(?), (4)길이가 길고 둘레가 작음 (1)~(4)의 의미를 한 단어짜리 형용사(또는 동사)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한국어)제가 생각한 답은 이렇습니다. (1)과 (2): '마르다~말랐다'   /    (3)과 (4): '얇다~가늘다' ('얇다'와 '가늘다'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한국어에서는 이렇게 (1) 의미와 (2) 의미를 묶어서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고, (3) 의미와 (4) 의미에 대해서는 각각 별도의 단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1)에 대해서 '건조하다' 등 또 별도의 표현이 가능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르다'의 의미 범위가 (1)에서 (2)에까지 미친다는 것입니다.(1)수분이 ..

언어학 202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