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hKim 4

수어(수화)는 세계공용어가 아닙니다 - 유튜브 영상

이 블로그에서는 여러 번 했던 이야기지만 수어는 만국 공통어가 아니다.(너무 여러 번 한 얘기라... 읽으시는 분들이 좀 질리실지도)​수어가 만국 공통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에 내가 자꾸 묘하게 집착(?)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수어가 단순히 뭔가를 흉내내기만 하는 판토마임이나 인공 언어가 아니라, 음성언어와 똑같이 자연발생한 자연언어이며,​저마다 고유한 어휘와 문법, 심지어 그 수어가 사용되는 지역의 청인이라면 절대 곧장 이해할 수 없는 관용 표현까지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냄새 잡다'가 한국수어로 무슨 뜻인지, 수어를 배워 본 적 없는 한국 청인은 절대 모를 것이다.)​그 자체로 완전한 언어 체계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수어의 정체를 오해하시는 분들에..

언어학 2024.10.12

언어 변화에 대한 옛사람들의 불평 - 규범주의의 패배

내가 아주 좋아하는 게 하나 있다. ​ 그것은 바로, 옛날 사람들이 ‘요즘 것들은 말을 너무 이상하게 해서 화가 난다’라며 남긴 글을 후대의 언어학자가 보고서, '이 글이 쓰이던 당시에 언어변화가 진행되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채는 장면을 목격하는 일이다. 그런 글을 남긴 옛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던 언어변화가 현대에는 당연할 만큼 완전히 정착한 것이라면 더더욱 좋다. (밑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구경해 보자.)​  규범주의와 기술주의에 대한 글에서 말했듯이, 언어에 대한 언어학의 기본 입장은 언어 사용자더러 '언어를 이렇게 써라, 이렇게 쓰면 안 된다' 하고 간섭하는 규범주의(prescriptivism)가 아니라, 언어 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설명하는 기술주의(descriptivism)이다.​ 그런 ..

언어학 2024.07.28

언어 변화 실험 구상 (단순 표현과 복합 표현)

에스페란토어는 ‘짧다’를 mal-longa(‘un-long')라는 복합 형식으로 표현하고, ‘춥다’를 mal-varma(‘un-warm')라고 또한 복합 형식으로 표현하는데, 나는 이것을 보고 참 ‘자연언어스럽지 않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자연언어는 ’짧다‘나 ’춥다‘ 정도로 자주 쓰는 개념이라면 ’길다‘나 ’따뜻하다‘를 참조하지 않는 별도의 표현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이쓰쿠일(Ithkuil)어는 더욱 자연언어스럽지 않다. 가족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아빠, 아들, 엄마, 딸, 부모, 자식’ 모든 단어에 ‘-mm'이라는 부분이 공통되게 존재하고, 각 단어의 의미는 처음에 나오는 모음 하나로만 변별된다. (이쓰쿠일 문법은 아주 복잡해 보이는데... 나는 이쓰쿠일을 공부해 본 적이..

언어학 2023.07.09

언어 사용자는 종종 기꺼이 귀찮음을 참는다 - 코퍼스로 엿보는 동음이의어와 음운 이웃 회피(feat. '줄은')

1. 줄은? 준? 35쪽 최근에 교보문고에서 광고하던 일본의 미스테리 소설 을 사서 읽다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괜찮다. 신경 쓸 일이 하나 줄은 건 좋은 것 아닌가. '줄은'에 주목해 보자. ​ 표준어 기준 ‘줄다’의 관형사형은 현재시제에서 ‘주는’, 과거시제에서 ‘준’이다. 규범에 따르면 어간 말음이 /ㄹ/인 용언들은 /ㄴ/, /ㅂ/, /ㅅ/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예외 없이 /ㄹ/이 탈락하는 활용을 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트위터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twitter.com/urimal365/status/222599850062127104 트위터에서 즐기는 국립국어원 “‘확연히 준 것’이 적절한 표현입니다. ‘줄다’처럼 ‘ㄹ’ 받침인 동사 어간에 관형사형 어미 ‘-ㄴ..

언어학 202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