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한국어 성조? 지금 이 순간의 언어변화 - Praat으로 음높이 조절하여 예사소리를 거센소리로 만들기

cha5ylkhan 2023. 3. 4. 10:30



평음(예사소리)과 격음(거센소리)을 구분하는 척도를 보통 기식(숨의 양)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최근 젊은 세대의 수도권 말에서는 예사소리와 거센소리 사이에 기식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마치 성조처럼 음높이의 차이로 거센소리와 예사소리를 구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거센소리는 높은 음, 예사소리는 낮은 음, 이렇게 말이죠.

1935년에 어느 41살 아저씨하고 11살 남자아이의 말을 녹음한 자료가 있었는데요,

그때도 이미 41살 아저씨의 말에는 예사소리와 거센소리 간 음높이 차이가 별로 없는 반면 11살 아이에게서는 음높이 차이가 조금 보였는데,

이 음높이 현상에 주목한 연구진이 2005년에 81살이 된 동일인물의 녹음 자료를 분석해 보니,[1]
70년 전보다도 더 음높이 차이를 보였다고 하네요.

위 영상은 성인 여성이 녹음한 '달'이라는 음성을 음성 분석 프로그램 Praat으로 조작하여 '탈'과 같이 들리도록 만든 것인데요,

조작이라고 해도 오로지 음높이만 바꾼 것이고 다른 것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맜습니다.

'달'의 음높이만 높여도 '탈'로 들리게 되는 것이죠.

(다만 아직까지 기식의 차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반대로 '탈'을 낮추어 '달'로 들리게 하는 건 잘 안 되더라구요.)

언어는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습니다.



[1] https://www.yoonjungkang.com/uploads/1/1/6/2/11625099/14kang_han_2013_lingua.pdf
초록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Yoonjung Kang, Sungwoo Han,
Tonogenesis in early Contemporary Seoul Korean: A longitudinal case study,
Lingua,
Volume 134,
2013,
Pages 62-74,
ISSN 0024-3841,
https://doi.org/10.1016/j.lingua.2013.06.002.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24384113001344)

Abstract: A series of recent apparent time studies observed that Seoul Korean is undergoing a tonogenetic sound change whereby the VOT contrast between aspirated and lenis stops in phrase-initial position is being merged and the contrast between the stop categories is more reliably signalled by difference in F0 of the following vowel. This paper presents an instrumental phonetic study of aspirated and lenis stops in early 20th century Seoul Korean based on audio recordings of elementary school textbooks from 1935. The two speakers examined in the 1935 recordings are one 41-year-old male speaker and one 11-year-old male speaker. The data from the 1935 is also compared to the speech of the child speaker from 1935 re-recorded 70 years later in 2005 at the age of 81 to examine the change of a speaker's speech over his lifespan. The results confirm that a tonogenetic sound change has been in progress over the last century or so in Seoul Korean; the 1935 adult male speaker relied almost exclusively on VOT difference for the stop contrast unlike Present Day Seoul speakers of comparable age and gender, who make use of both VOT and F0 cues to signal the stop contrast; the 1935 child speaker rely on F0 cue for stop contrast more than the 1935 adult in line with the general direction of sound change; the 1935 child speaker at the age of 81 in 2005 showed even more F0 differentiation than he did 70 years earlier showing that the speaker underwent change in the direction of community-level sound change over his lifespan. The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this is the first longitudinal instrumental phonetic study of tonogenetic sound change.
Keywords: Korean; Tonogenesis; F0; Voice onset time; Sound change





영상 길이가 1분이 안 되어서 그런지 유튜브에 쇼츠로 올라갔다.
얼핏 듣기로 쇼츠 업로드에 무슨 자격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아닌가 보다.
아니면 전화번호 인증을 해서 가능해진 건가?

1분짜리 짧은 영상이고 나름대로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고자 하였으므로 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누구에게나 원활하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한다.


저번 영상의 내용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었는데,
아마 언어학을 (특히 음성학과 Praat의 기초 조작법을) 공부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은 영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영상에서는 뭔가...뭔가의 설명을 열심히 넣어 보았다.

구상이 떠오르고서 올리기까지 네다섯 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충분했는지 모르겠다.





Praat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음성 조작(합성) 중 하나는 음높이 조절이다.


현대 서울 방언의 평음-격음(예사소리-거센소리) 대립은 점점 기식(~VOT) 대신 음고(pitch)에 의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음성에서 음높이만 바꿔도 평음을 격음처럼 들리게 하거나 그 반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근데 기억하기로 음높이 조작만으로 격음을 평음으로 바꾸려고 하면 기식이 너무 세기 때문인지 잘 안 됐던 거 같다.)

저번 영상에서 봤듯이 Praat에서는 기식 구간을 삭제하여 격음을 경음처럼 들리게 만드는 조작도 가능하다.



https://youtube.com/shorts/D1XsccLIHm0?feature=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