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om/shorts/eR38ceQeLj8?feature=share
작년 신혼여행 출국길에 두바이 공항을 경유했다.
(신혼여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올려 보겠다.)
두바이에 내리고 얼마 안 되어서, 공항에 큰 소리로 어떤 아랍어 방송이 나왔다.
아랍어를 모르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난생 처음 듣는 방송이었다.
처음 듣는 소리이기는 했지만,
이내 어렸을 때 '가로세로 세계사'에서 읽었던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 알림'인가 보다, 하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때는 그걸 뭐라고 부르는지 몰랐는데, 최근에 검색해 보고 '아잔'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잔'의 원어는 아랍어 أذان이다.
로마자로는 대략 'adhān과 같이 옮길 수 있고, ('는 성문 파열음)
국제음성기호로는 ʔaˈðaːn 이 된다. (영문 위키백과 복붙)
여기서 'dh' 부분은 유성 치(간) 마찰음 voiced (inter)dental fricative, 즉 ð 소리인데,
영어의 /ð/가 우리말에서 보통 'ㄷ'로 옮겨지는 것을 생각하면,
아랍어의 ʔaˈðaːn에 대해 '아단'이 아니라 '아잔'이라는 표기가 쓰인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롭다.
좀 생각해 보니,
영어 단어가 일본어로 차용될 때 /ð/가 /z/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국내에서는 father: '화자-', mother: '마자-', brother: '부라자-'라는 사례가 유명하다.)
처음에는 'adhān 이 '아잔'이 된 까닭이 이 단어가 일본어를 거쳐 들어왔기 때문인가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랍어 내에서도 /ð/를 /z/로 바꿔 버린 방언이 많다고 한다.
최진영(2023) 저 <구어체 아랍어 연습>에 따르면 일단 이집트 방언이 그렇고, 히자즈 방언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다.*
또 아랍어 바깥으로 나가더라도,
(주로 종교적인 이유로) 아랍어의 어휘를 다수 차용한 언어는 아주 많은데,
그 중 페르시아어, 우르두어, 터키어(튀르키예어), 인도네시아어를 비롯한 수많은 언어에서
아랍어의 /ð/는 /z/로 받아들여졌다.
덤으로 일본어에서도 z이다
(출처: wiktionary أذان)
음운론의 유형론 데이터베이스 phoible에서 유성 치 마찰음 ð를 찾아 보면,
세계 언어 중 이 소리를 음소로 갖고 있는 언어는 겨우 5%에 불과하다고 한다.
Phoible에 등록되어 있는 3000개 가량 되는 언어 중 겨우 160개 언어에만 /ð/라는 음소가 있는 것이다.
역시 유형론적으로 특이한 음소라 그런가 있는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잘 없는 모양이다.
(영어의 ð가 방언별로 달라지는 양상 또한 참고가 된다. 상술한 아랍어 ð의 방언별 차이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아무튼 한국어에 들어온 'adhān이 '아잔'으로 모습을 바꾼 것은,
어떤 방언이나 차용어에서 만들어진 'azān 류의 어형이 매개가 된 것 아닐까 싶다.
* 처음에는 이 책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언어학 카톡 방 아랍어 파생방 방장님께 여쭤 보았었다. 방장님이 알려주신 자료에서는 코크니 영어나 흑인영어처럼 v로 바뀌는 사례도 있었다.
+ 영상에서 언급했듯이 치 파열음 d에 합류시켜 버린 방언도 있다.
아무튼 이런 방언들은 보통 유성음 /ð/만 바꾼 것이 아니고 치간 마찰음 계열 전체를 유사하게 바꿨다. 전체를 파열음으로, 전체를 치찰음으로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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