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스와힐리어가 재미있는 이유 (feat. 듀오링고, 언어평등)

cha5ylkhan 2024. 11. 10. 07:20

 

 

듀오링고를 다시 시작했다.

되도록이면 매일 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스와힐리어가 재미있어서 스와힐리어를 하고 있다.

주로 듀오링고로 연습하고, 듀오링고에 없는 문법 설명이나 도표 같은 것은 #언어평등스와힐리어첫걸음 교재를 참고하고 있다.

(스와힐리어에는 매우 다양한 명사 부류가 있고, 명사가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그리고 단수인지 복수인지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소가 등장하기 때문에 도표를 보며 암기하는 과정이 필수이다.)

내가 느끼는 스와힐리어의 매력은 대략 이런 것이다.

동사-논항 일치 표지가 어간의 앞에 나타난다는 점도 낯설어서 재미있고, (뭐 세계에 이런 언어는 많겠지만, 내가 이제껏 배워 본 언어 중에서는 유일하다.)

다양한 명사 부류에 따라 명사구 의존어들에 일치 표지가 각기 달리 붙는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이며,

반투어군 언어 치고 독특하게(?) 성조가 없다는 점은 진입장벽을 낮춰서 좋다.

코이산 언어들로부터 흡착음을 하나도 들여오지 않았다(? 아무튼 현재 흡착음이 없다)는 점도 마찬가지인 듯. 이건 재미 요소가 하나 모자란 것이기도 할지 모르지만...

명사 부류는 아직 하나도 모르지만 단수 인칭별 주어 표지는 어느 정도 머리에 들어온 것 같다.

1인칭 단수 주어(내가) 일치 표지는 ni-

2인칭 단수 주어(네가) 일치 표지는 u-

3인칭 단수 주어(걔가) 일치 표지는 a- 이다.

(참고로 이상은 모두 긍정문에서 쓰이는 형태이고, 부정문에서는 각각 달라진다. 극성polarity이 주어 표지에 드러나다니... 이 점도 흥미롭다.)

단, 3인칭 같은 경우는 주어가 사람이 아니면 주어 명사의 부류에 따라 주어 일치 표지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라고 썼는데 언어평등 스와힐리어 교재를 보니 ‘사람이나 살아있는 동물을 뜻하는 명사는 그 명사가 어느 부류에 속하든지 m/wa 부류의 주격전철을 따른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즉 동물도 3인칭 단수 주어이면 a-가 되는 것이다.

주어 일치 표지 (언어평등 교재 용어로는 ‘주격전철’) 뒤에는 시제 표지가 나온다.

지금의 듀오링고 레벨에서는 맨날 현재시제만 나오니까, 이 자리는 현재시제 표지 -na-로 고정이다.

그 다음에는 동사가 타동사이면 목적어 일치 표지가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는데(이 내용은 언어평등 교재에서 배웠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듀오링고 레벨에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유명한(?) 문장(?) ‘니나쿠펜다(Ninakupenda, I love you)’에 들어 있는 -ku-가 바로 2인칭 단수 목적어를 나타내는 표지이다.

Ni-는 1인칭 단수 주어(‘내가’) 표지,

-na-는 현재시제(‘-ㄴ다’),

-ku-는 2인칭 단수 목적어(‘너를’) 표지이고,

-penda가 동사 love의 어간(‘사랑하-’)이니,

스와힐리어 동사의 기본 구조와 가장 기본적인 일치표지들, 그리고 그 순서를 외울 견본으로 삼기에 딱 좋은 표현인 것 같다. 이걸 잘 외워 둬서 다행이다.

(그런데 윅셔너리에서 보니 ninakupenda는 informal한 표현이라고 한다. Formal한 표현은 nakupenda, 즉 n-a-ku-penda라고 한다.

N-은 축약된 1인칭 단수 주어 표지,

-a-는 일반시제(?) 표지,

-ku-는 2인칭 단수 목적어 표지,

-penda는 ‘사랑하-’이다.)

원래는 듀오링고에서 동사를 맨날 한 덩어리로 던져주는 게 불만이었는데(형태소별로 제시해 줬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제 뭐가 어떻게 분절되는지를 대충 알고서 보니까 확실히 학습효과가 좋다.

그 외에 지금 머리에 들어와 있는 랜덤한 표현들을 나열하자면,

ni 계사(긍정형). -이다

wapi 어디 (어감이 좀 귀엽다.)

-sema 말하-

-toka 어디에서 오- (출신이 어디이-)

등등이 있다.

‘선생님’이나 ‘학생’ 같은 단어도 배우긴 배웠는데 잘 안 외워진다.

Kifaransa(프랑스어), Kiswahili(스와힐리어), Kiingereza(영어) 등은 큰 무리없이 잘 외워졌다.

동사 어간 앞에 붙는 부정형(infinitive, 미정형) 표지는 ku-이며, 이건 유럽어 동사 부정형이 그렇듯이 동사를 명사처럼 사용할 때도 쓰이는 모양이다. 이 내용은 듀오링고와 무관하게 평소 주워들어서 알고 있었다.

한편 발음에 대해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r/은 위키백과에 따르면 전동음이나 탄음이 일반적인 발음 방식이라고 하는데 듀오링고에서는 보통 영어와 같은 접근음 발음이다. 그리고 평소에도 (듀오링고 말고 유튜브 같은 데서도) 영어와 같은 접근음 발음을 꽤 들어 본 적이 있다.

이건 영어의 영향을 받은 발음인가? 케냐에서 영어가 널리 쓰여서 그런 건가? 탄자니아도 비슷한가?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듀오링고에서 스와힐리어를 상징하는 국기는 탄자니아 국기인데, 학습 예문에는 탄자니아보다 케냐가 더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거...

Rehema anatoka Kenya.

레헤마는 케냐 사람이다.

스와힐리어는 워낙 넓은 지역에서 사용되는 만큼 (그리고 다양한 제1언어 사용자들의 링구아 프랑카로 쓰이는 만큼) 지역에 따른 방언 차이도 상당할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자료는 아주 편하게(=위키백과나 유튜브에서) 찾아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를테면 케냐 스와힐리어와 탄자니아 스와힐리어 사이에 (발음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을지 그런 게 궁금한데 애초에 그렇게 나라 단위로 뚝뚝 잘리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도 같고 아무튼 잘 찾아지지는 않는다.

유튜브에 케냐와 탄자니아의 스와힐리어 차이에 대해 검색하면 보통 나이로비 슬랭에 대한 영상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사용하는 스와힐리어 슬랭 표현을 탄자니아 사람이 듣고 깔깔 웃거나 깜짝 놀라거나 대충 그런 영상... 나로서는 공감할 수 없다.

어느 영상에서 누군가가 스와힐리어를 구사하니까 댓글에서 누군가가 ‘저 사람 무조건 케냐 사람이다. 케냐 말투를 쓴다.’라고 해서 궁금해졌던 건데, 어쩌면 발음 때문이 아니라 어휘 때문에 그런 댓글이 달렸던 걸지도 모르겠다.

+ 원래 무슨 영문인지 결제하지 않고도 광고가 안 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해 봤더니 이제는 광고가 뜬다. 은근히 거슬리는데 그냥 결제를 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 그러더니 또 그냥 다시 광고가 없어지고 하트가 무한이 됐다. 영문을 모르겠다.

+++ 상자를 열었더니 plus 3일 무료체험이 시작되었다. 무료체험 끝나고 나면 도로 광고+하트제한 상태로 돌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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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하다가 이런 표현을 배웠는데 재미있다.

Umelalaje? 어떻게 잤어? (아침인사로 쓰이는 듯?)

U- 2인칭 단수 주어 표지

-me- 'perfect' (... tense?aspect?) 아무튼 완료 표지. '현재관련성'이라는 의미도 영어 완료랑 비슷하다

-lala 자-(다) (동사 어간)

=je '어떻게'라는 의미의 접어.

저런 의미가 접어로 표현되는 것도 재미있고,

아침인사로 '어떻게 잤냐'고 묻는 게 우리말에서 '잘 잤냐'고 묻는 것과 비슷해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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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알쏭달쏭한 문법도 있다.

문제는 요컨대 -ja-라는 'negative perfect marker'가 쓰이면 그 앞에 나오는 주어 인칭수 표지는 긍정형이어야 하는가 부정형이어야 하는가 하는 것인데,

첫 번째 사진에서는 부정형이 쓰였고 (1.SG.NEG-PERF.NEG-... 이런 느낌... 일종의 이중부정인 듯)

두 번째 사진에서는 긍정형이 쓰였다. (1.SG-PERF.NEG-... 이런 느낌...)

언어학 방의 아프리카 제언어 파생방에서,

원칙은 전자처럼 부정형을 쓰는 것(이중부정)이지만 구어 중심으로 후자와 같은 문장이 꽤 많이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른 분이 거기에 대해 Jespersen's cycle이 떠오른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