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57

동사에 주어 일치가 생기고 유지되는 이유? [일상의 언어유형론과 기능주의 언어학]

머리를 자를 때의 일이다. (‘머리를 자르다’는 고빈도 연어인 것 같은데 ‘머리카락을 자르다’는 이런 자리에서 잘 안 쓰는 듯..? 떠오르는 이미지가 좀 다르다.) 매달 가는 곳이라서 머리를 잘라 주시는 분이 내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걸 알고 계셨고, 본인도 곧 결혼하실 예정이시라 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다. 그런데 미용실에 틀어져 있는 음악 소리, 드라이기 소리, 바리깡 소리가 계속 섞이니까, 상대방이 말하는 문장의 서술어는 얼핏 들리는데 그 문장의 주어가 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예를 들어 ‘... 술을 안 좋아해서 돈도 아끼고 좋(다?)’와 같은 말들을 들을 때 결혼을 준비하는 헤이디자이너 본인의 커플이 그렇다는 말인지 아니면 머리를 잘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나 우리 부부가 그..

언어학 2023.11.19

수어 문자 퀴즈 해설 -1- (언어학 올림피아드 방식의 스토키 표기법 한국수어 문제 풀이)

아래 글에서 소개한 Stokoe notation 문제의 풀이법입니다. 곧장 정답을 알려드리지는 않고, 문제 풀이 순서에 따라 단계별로 힌트가 되는 정보들을 차례차례 공개하겠습니다. 문제에서 언급하였듯이, 스토키 표기법에서는 얼굴 표정이나 입모양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https://brunch.co.kr/@saokim/36 간단한 수어(수화) 문자 퀴즈 (스토키 표기법) KSL in Stokoe notation | 문제 1. 의 한국수어 단어를 각각 '스토키 표기법'으로 받아적은 다음 순서를 뒤섞어 에 나열하였습니다. 에 나열한 1번부터 7번까지의 자료가 각각 어느 brunch.co.kr 언어학 올림피아드 문제를 풀 때는 데이터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속하는 케이스의 개수를 세는 데서 출발..

언어학 2023.11.02

스토키 표기법(수어 문자) 퍼즐 - 언어학 올림피아드 방식

수어 문자를 익힐 수 있는 문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수어를 몰라도 누구나 풀 수 있습니다. 문제 1. (해설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의 한국수어 단어를 각각 스토키 표기법으로 받아적은 다음 순서를 뒤섞어 에 나열하였습니다. 에 나열한 1번부터 7번까지의 자료가 각각 어느 단어를 받아적은 것인지 맞혀 보세요. (주의: 스토키 표기법에서는 표정이나 입모양을 표시하지 않습니다.) 문제 2. 다음은 한국수어 '입'을 스토키 표기법으로 적은 것입니다. 빈칸을 채워 보세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집중해 보시면 쉽게 푸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답을 아시는 분은 비공개 댓글로 달아 주시고, 오류를 발견하시면 편히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해설: https://cha5..

언어학 2023.10.25

과도교정(hypercorrection)과 언어학에서의 설명 - "between you and I"

'프롬킨'이라고만 해도 알 사람은 다 아는 책, 故 Victoria Fromkin 교수의 유명한 언어학 (및 영어학) 개론서 의 사회언어학 파트("Language in Society")에는 어떤 '미국 영어 방언'이 등장한다. 이 방언에서는 'between you and me' 대신 'between you and I'가 사용되고, 'Won't he let you and me swim?' 대신 'Won't he let you and I swim?'이 사용된다. (다만 이 방언에서도 *Won't he let I swim?과 같은 문장은 나타나지 않는다. 즉 conjoined NP에서만 목적어의 'X and I'가 등장한다.) (언어학하고는 별개로, 학교에서 영어 시험을 보는 학생이라면 이렇게 목적어에 'yo..

언어학 2023.08.16

언어 변화 실험 구상 (단순 표현과 복합 표현)

에스페란토어는 ‘짧다’를 mal-longa(‘un-long')라는 복합 형식으로 표현하고, ‘춥다’를 mal-varma(‘un-warm')라고 또한 복합 형식으로 표현하는데, 나는 이것을 보고 참 ‘자연언어스럽지 않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자연언어는 ’짧다‘나 ’춥다‘ 정도로 자주 쓰는 개념이라면 ’길다‘나 ’따뜻하다‘를 참조하지 않는 별도의 표현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이쓰쿠일(Ithkuil)어는 더욱 자연언어스럽지 않다. 가족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아빠, 아들, 엄마, 딸, 부모, 자식’ 모든 단어에 ‘-mm'이라는 부분이 공통되게 존재하고, 각 단어의 의미는 처음에 나오는 모음 하나로만 변별된다. (이쓰쿠일 문법은 아주 복잡해 보이는데... 나는 이쓰쿠일을 공부해 본 적이..

언어학 2023.07.09

언어 사용자는 종종 기꺼이 귀찮음을 참는다 - 코퍼스로 엿보는 동음이의어와 음운 이웃 회피(feat. '줄은')

1. 줄은? 준? 35쪽 최근에 교보문고에서 광고하던 일본의 미스테리 소설 을 사서 읽다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괜찮다. 신경 쓸 일이 하나 줄은 건 좋은 것 아닌가. '줄은'에 주목해 보자. ​ 표준어 기준 ‘줄다’의 관형사형은 현재시제에서 ‘주는’, 과거시제에서 ‘준’이다. 규범에 따르면 어간 말음이 /ㄹ/인 용언들은 /ㄴ/, /ㅂ/, /ㅅ/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예외 없이 /ㄹ/이 탈락하는 활용을 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트위터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twitter.com/urimal365/status/222599850062127104 트위터에서 즐기는 국립국어원 “‘확연히 준 것’이 적절한 표현입니다. ‘줄다’처럼 ‘ㄹ’ 받침인 동사 어간에 관형사형 어미 ‘-ㄴ..

언어학 2023.07.09

같은 동작 수어(수화)가 나라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단어들

- 일본수어 ‘알다’와 이탈리아수어 ‘좋아하다’ https://youtu.be/Uaj3bDF0tr8일본수화의 ‘알다’(한국수어 ‘알다’랑 비슷함)는 이탈리아수어의 ‘좋아하다’와 동작이 거의 비슷함 그래서 일본 농인이 저 사람을 가리키며 ‘알다’동작을 하니까 이탈리아 농인은 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한 것 - 영국수어 ‘청인’과 미국수어 ‘농인’ https://m.blog.naver.com/ks1127zzang/223107431434 영국수어(BSL)와 미국수어(ASL) - 같은 동작이 정반대 뜻이 되다니!영국수어의 ‘청인(hearing)’이라는 단어는 미국수어에서 ‘농인(deaf)’을 나타내는 단어와 거의 똑같다....blog.naver.com - 그 외 다수 https://m.blog.naver..

언어학 2023.05.21

브런치 작가 4수 합격생은 무슨 글을 제출했을까? - 시각 자료?

https://brunch.co.kr/@saokim​ 사오 김의 브런치 언어학에 대해 읽고 씁니다. 수어와 외국어와 과학철학도 좋아합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디 거침없는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brunch.co.kr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모르는 사실인데,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려면 우선 심사를 받아서 업로드 자격을 얻어야 한다. (나도 몰랐다.) 나름대로 실질적인 심사라서 4번 5번씩 도전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 브런치 업로드 자격을 얻고 싶은 지원자는 300자 이내의 자기소개서, 300자 이내의 활동계획서(?)와 함께 자신이 쓴 글 4개와 기존에 운영하던 블로그, 출판했던 책(있다면)에 대한 정보를 첨부하여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 쓴 글을 첨부할 때 ..

언어학 2023.04.02

동음이의어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 꿀잼 심리언어학 실험, accidental gap의 쓸모

1. 동음이의어의 비효율성 의혹 국어를 공부할 때든 외국어를 공부할 때든 언어에 동음이의어가 아주 많이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곱씹어 보면 이상한 일이다. 동음이의어는 언어 사용을 아주 불편하게 만드는 비효율적인 존재 아닌가? 한국어의 발음 규칙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음절이 모여 하나의 공간을 이루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기저형 기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위와 같은 가상의 '음절 공간'을 의미의 저장 창고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가'라는 음절에는 'go'라는 의미를, '같'이라는 음절에는 'same'이라는 의미를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사용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작동 방식과 비슷하다고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음절 공간'이라는 의미 저장 창고를..

언어학 2023.03.15

[학교에서는 못 배우는 국어 문법] 예사소리와 거센소리의 음높이 차이 (Praat)

1분짜리 짧은 영상에 담았다 언어와 매체 등 중고등학교 과정의 국어 문법 수업에서는 잘 다루지 않겠지만, 현대 중앙어의 예사소리와 거센소리는 음높이가 다르다. 정확히는, 뒤따르는 모음에 서로 다른 음높이를 유발한다. 아내에게 음성학을 설명한 것 중에 연관된 내용을 잘라서 1분짜리 영상으로 올린다. 전에 어떤 베트남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유튜브 영상에서 평음/격음의 구분법으로 음높이를 가르치는 것을 목격했는데 아주 흥미로웠다. 기식의 삼중대립이 유형론적으로 흔하지 않은 만큼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에서 이 방법이 적극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쇼츠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했나 보다 ㅋㅋ... 살짝 기대하며 업로드했으나 조회수가 4에서 멈췄다. https://youtube.com/shorts/oS..

언어학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