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guistics 7

수어의 동시성(비선형적 형태통사론) - 언어학자 페이스북에 댓글 달기

1. 수어의 형태소 중에는 음소(‘수어소’) 여러 개가 앞뒤 순서를 따질 수 없이 동시에 표현(‘발음’)되는 것들이 아주 많다.그리고 두 개 이상의 형태소가 결합할 때 형태소 하나의 음소 일부가, 그 형태소와 결합하는 다른 형태소의 음소로 대체되어 버리는 경우, 게다가 그 두 개 이상의 형태소에 속하는 모든 음소가 동시에 표현되는 경우도 아주 많다.이러한 수어의 특징(‘동시성’)은 음성언어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다.아마 이렇게만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될 것이다.예를 들어 보겠다.(그림으로 곧장 표현하면 편할 텐데 아쉽게도 당장은 여의치가 않아서 글로 대체한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시도해 보겠다.)아래는 한국수어의 표현들을 간략히 기술한 것이다. (수위, 수향이나 수동의 정확한 양상 등 동..

언어학 2024.11.30

[언어유형론] 중국어의 어순이 특이한 이유 - 관계절과 SVO 어순

중국의 역사 드라마 을 얼마 전에 정주행했다. 중드 연희공략(延禧攻略) 간략 리뷰 + 대사 받아쓰기청나라 건륭제 때의 비빈 암투를 다룬 ‘사이다패스’ 드라마 연희공략(延禧攻略 yan2 xi3 gong1 lve4)을 7...blog.naver.com 드라마를 보다 보니 문득, 중국어의 문법에 대해 새삼 특이한 점이 느껴졌다. "可是她是一个连自己都保护不了的可怜人。" [그러나] [그는] [이다] [한 명의] [자기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 "그러나 그는 자기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었어." 위 문장을 보면, 관계관형절 '자기자신도 보호하지 못하는'은 그것이 수식하는 명사 '(불쌍한) 사람'의 앞에 위치한다. 중국어가 동사를 목적어 앞에 두는(VO) 언어임을 고려하면 이것은 아주 특이한..

언어학 2024.08.04

2년 전 오늘, 나의 언어학 관심사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어느새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운영한 지 vs 운영하기 시작한 지?)이 글을 올렸던 게 2년 전이라니 정말이지 잘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나 많이 지난 걸까. 구문문법에 대한 신간 도서 소식 (Thomas Hoffmann 인터뷰 영상 리뷰)Martin Hilpert의 유튜브 채널에 무려 오늘(!) 아주 따끈따끈한 영상이 올라왔다. 이번에 새로 Cambridg...blog.naver.com"하여튼 ... 구문문법과 언어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다."여러가지 이유로 요즘은 저런 글을 잘 안 올리지만, 초창기의 조회수 낮은 몇몇 포스팅에서 엿볼 수 있듯이, 원래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저런 이론 이야기도 종종 해 보려고 했었다. 대학에서 나름 진지한 관심..

언어학 2024.06.16

언어학자는 맞춤법을 잘 알까? - 규범문법과 기술문법 (prescriptive grammar vs descriptive grammar)

규범문법: ~하면 안 된다. (prescriptive) 기술문법: 관찰해 보니 ~하더라. (descriptive) (생성문법: 원어민의 머릿속 문장 생성 프로그램을 모사하고자 함) - '문법'이란 어떤 규칙인가? '법'이나 '규칙'이라고 하면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이미지에서는, - '법'이 허용하는 인간 생활 양식의 특정한 범위가 있다. - 그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예를 들면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 - 그러한 금지 규정을 어기는 경우 다양한 차원의 불이익이 따른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은 여러 처벌을 받거나 적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 이러한 금지 규정은 인간 개인의 본능적인 욕심을 억눌러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언어학 2024.05.25

능격-절대격은 무엇이고 왜 쓰이는가?

언어학, 언어유형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능격-절대격'이라는 해괴한 문법 시스템을 가진 언어를 마주하게 된다. 워낙 낯설다 보니 한두 번 봐서는 개념을 바로 내재화하기가 쉽지 않다.주격이나 목적격은 아는데, 능격은 뭐고 절대격은 무엇인가?이 낯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에게 익숙한 '주격'과 '목적격(대격)'을 해체해 보아야 한다. a.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b. 호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위 문장에서 '엄마가'와 '호랑이가'는 주격(&주어)이고, '쥐를'은 목적격(&목적어)이다. 새삼스러울 만큼 당연한 소리다.그런데 위의 '엄마가'와 '호랑이가'가 둘 다 주격이라 해서 정말 서로 똑같은가? 이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느끼기는 쉽지 않..

언어학 2022.09.13

사용 기반 언어학 (Usage-Based Linguistics)

1. 서론2. 사용기반 언어학 관련 자료 소개3. 다른 반-촘스키 언어학과의 관계 (기능주의, 인지언어학)만약 글이 거칠어서 잘 읽히지 않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을 지적해 주시려거든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제 잘못으로 잘못된 정보가 실린 것에 대해 가르침을 주실 분 또한 거리낌 없이 지도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그 밖의 의견도, 제 기분은 개의치 마시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1. 서론 Usage-Based Linguistics의 정의를 내가 이해하는 대로 내려 보자면: '화청자들의 언어 사용이 언어 체계에 지속적인 피드백~압력으로 늘상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언어학 사조'처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마도 약간 순한맛 버전이다.)  이 사조에 속하는 ..

언어학 2022.06.28

의미를 비교하기 - 의미 지도와 개념 공간

(1)수분이 없는 상태, (2)살이 없음, (3)종이같음(?), (4)길이가 길고 둘레가 작음 (1)~(4)의 의미를 한 단어짜리 형용사(또는 동사)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한국어)제가 생각한 답은 이렇습니다. (1)과 (2): '마르다~말랐다'   /    (3)과 (4): '얇다~가늘다' ('얇다'와 '가늘다'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한국어에서는 이렇게 (1) 의미와 (2) 의미를 묶어서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고, (3) 의미와 (4) 의미에 대해서는 각각 별도의 단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1)에 대해서 '건조하다' 등 또 별도의 표현이 가능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르다'의 의미 범위가 (1)에서 (2)에까지 미친다는 것입니다.(1)수분이 ..

언어학 202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