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터키어와 야쿠트어의 숫자 비교 (1-10) 터키어와 시베리아의 친척 언어

cha5ylkhan 2023. 1. 23. 16:44

 

 

 

터키어(튀르키예어)와 사하어(야쿠트어)로 1부터 10까지의 수 표현을 읽어 보았다.

1 터키어: bir 사하어: биир(biir)

2 터키어: iki 사하어: икки(ikki)

3 터키어: üç 사하어: үс(üs)

4 터키어: dört 사하어: түөрт(tüört)

5 터키어: beş 사하어: биэс(bies)

6 터키어: altı 사하어: алта(alta)

7 터키어: yedi 사하어: сэттэ(sette)

8 터키어: sekiz 사하어: аҕыс(ağıs)

9 터키어: dokuz 사하어: тоҕус(toğus)

10 터키어: on 사하어: уон(uon)

터키(튀르키예)와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쿠티야(사하 공화국)는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멀리멀리 떨어져 있다. 구글에서 야쿠츠크-이스탄불 길찾기 검색을 하면 10,000km 정도가 나온다. (직선거리는 아니지만)

아이폰 지도 앱에 나오는 튀르키예와 사하 공화국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토록 비슷한 말, 친척 언어를 쓴다는 건 곱씹을수록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다.

터키어(튀르키예어)와 야쿠트어 숫자에는 규칙적인 음운 대응도 드러난다.

- 터키어 yedi('7')과 야쿠트어 sette('7')를 보면 터키어의 y-야쿠트어의 s- 사이에 규칙 대응이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이것은 터키어와 야쿠트어의 공통 조상 '원시 튀르크어(Proto-Turkic)' 단계에서 *y- 소리였던 것이 야쿠트어(의 조상 언어)에서 점차 s- 발음으로 변화한 탓에 생긴 대응관계이다. 터키어는 과거의 경구개접근음 발음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야쿠트어에서는 기류가 나가는 공간이 점차 좁아지면서 협착되어 마찰음이 되었다고 보는 것 같다.

먹다: 터키어 ye- 야쿠트어 sie-(сиэ-)

새롭다: 터키어 yeni 야쿠트어 sanga(саҥа)

'100': 터키어 yüz 야쿠트어 süüs(сүүс)

- 터키어 sekiz('8')와 야쿠트어 ağıs('8')를 보면 터키어의 어두 s-와 야쿠트어의 (자음 없음) 사이에 규칙 대응이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터키어는 과거의 발음을 유지하였고, 야쿠트어는 어두의 s-를 h-로 약화시켰다가 결국 아예 생략해 버렸다.

그런데 '7'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의 야쿠트어에는 어두 s-가 존재한다. 이건 위에서 말한 *y- > s- 변화의 결과물 s-가 남아 있는 것인데, 이 s-는 어두 약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므로 야쿠트어의 어두 s- > h- > ∅ 약화는 *y- > s- 변화보다 먼저 일어났으리라고 추론할 수 있다.

너(2인칭 단수 대명사): 터키어 sen - 야쿠트어 en(эн) [1]

물[水]: 터키어 su - 야쿠트어 uu(уу)

우유, 젖: 터키어 süt - 야쿠트어 üüt(үүт)

여담 및 주석

- 야쿠트어의 자음 ҕ는 러시아어 키보드로 입력이 안되기 때문에 모양이 비슷한 숫자 5로 대체하기도 한다. 내 아이디 cha5ylkhan은 야쿠트어 단어 чаҕылхан('천둥')을 이런 방식으로 적은 것이다. 야쿠트인 친구가 자기 최애 단어, 소리가 좋은 단어라고 알려줘서 이 단어를 골랐다. 윅셔너리에는 чаҕылҕан으로 올라 있는데 아마 방언차인가 보다. 뜻도 친구가 알려준 것과 다르게 천둥이 아니라 번개라고 올라와 있다.

[1] 야쿠트어는 원래 T-V 구분이 있는 언어가 아니었다고 한다. 러시아어의 영향으로 야쿠트어 사용자들이 점차 2인칭 복수 대명사 эһиги(cf. Turkish siz)를 높임 표현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내가 만난 야쿠트인 친구는 야쿠트어를 있는 그대로 지키고 싶고 러시아어 식으로 말하는 게 싫어서 회사 상사한테 그냥 эн을 썼다고 한다. 상사는 약간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그냥저냥 잘 반응했다는 듯.

- 개인적으로 야쿠트어의 특징 중에 아주 재미있게 여기는 것이 s > h > ∅ 와 같은 'debuccalization'인데, 야쿠트어의 debuccalization에는 공시적인 것과 통시적인 것 두 가지가 있고 위에서 말하는 것은 통시적인 쪽이다.

 

+ 야쿠트어의 공시적인 debuccalization도 재미있는데, 어간이 -s로 끝나는 경우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몇몇 형식형태소가 붙으면 그 s가 h로 바뀌어 버린다.

кыыс(소녀, 딸 cf. Turkish kız)

내 딸 : кыыһ-ым

                딸-1인칭단수소유주

터키 튀르키예 야쿠트 사하 로마자(키릴) 키릴(로마자)... 일관되지 못한 글이라 좀 그렇지만 일단 이대로 올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