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베트남 한자어 쉽게 익히기 교재(?) 공유

cha5ylkhan 2023. 1. 23. 16:49

베트남한자어 교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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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관심을 갖고 만들어 보려고 했었다.

대충 이런 컨셉이다:

xâm lược

 

()페이지에 나와 있는 표를 보고 위 단어의 의미를 맞춰 봅시다.

 

X – ㅊ 

 - ㅣ 

M – ㅁ 

L – ㄹ 

ƯƠ - ㅏ,ㅑ 

C - ㄱ

 

‘침락’ 또는 ‘침략’ 의 두 가지 경우가 생기는군요. 어느 쪽이 정답인지 보이시죠?

‘xâm lược’ 이라는 단어는 ‘침범할 침(侵)’ 자와 ‘빼앗을 략(略)’ 자가 합쳐져서 형성된 단어입니다. 각각의 한자를 베트남어에서 ‘xâm’, ‘lược’이라고 읽는 것이죠. 그리고 이 단어의 의미는 ‘침략하다’입니다.

 

방금 본 ‘xâm lược’이라는 단어처럼 베트남어에는 한자어가 굉장히 많습니다. 베트남어 단어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수는 한국어 한자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베트남 한자어와 한국 한자어 사이에는 일정한 대응관계가 있습니다. 베트남 한자어에서 이 자음이 나오면 한국 한자어에서는 저 자음이 나오고, 베트남 한자어에서 이 모음이 나오면 한국 한자어에서는 저 모음이 나오고 하는 식이죠. 이러한 대응관계를 잘 알면 방금 경험하셨듯이 처음 보는 단어도 한자어라면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문맥의 도움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이 교재는 이러한 대응 관계를 통해 베트남 한자어 암기를 쉽게 하고, 나아가 처음 보는 한자어의 의미를 사전의 도움 없이 파악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쓰인 교재입니다.


당시에도 몇몇 분들이 지적해 주셨듯이 이런 접근법은 실용성과 정확성 면에서 다소 한계가 있다.

- 우선 거짓짝(false friend) 문제가 있다.

+ 'Đông dương'은 한국 한자음으로는 '동양'이고 어원이 되는 형태소도 서로 같지만 뜻은 '인도차이나'로 전혀 다르다.

- 해석만 할 때는 몰라도, 이런 대응관계를 이용해서 베트남어 표현을 만들어 내려고 할 때는 한국어에서 쓰이는 단어가 베트남어에서도 그대로 쓰이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 한자어이더라도 Đơn giản('간단')처럼 형태소 순서를 서로 바꿀 수도 있고,

+ 금성, 화성, 목성을 'kim tinh', 'hoả tinh', 'mộc tinh'이라고 말하기보다는 'sao kim', 'sao hoả', 'sao mộc'이라고만 주로 말하는 것처럼, 한자어를 거의 안 쓰고 베트남어 고유어를 쓸 수도 있다.

+ '공항'은 베트남전 이전의 남부 베트남에서 phi trường(飛場, 이것도 한국 한자어와는 구성이 다르다)이라고 불렀으나 지금은 이 말을 사용하지 않고 고유어만으로 된 'sân bay'표현만 사용한다. (이 표현은 통일 전에 해외로 피난 간 보트피플 2세가 사용하는 것을 과 선배님이 보고 알려줬었다.)

- 실용성과 정확성을 위해서는 통계나 중국어, 베트남어 역사언어학이 개입해야 하는데, 둘 다 사용하지 못했다.

+ 나는 베트남 한자어의 어떤 음소가 한국 한자어의 어떤 음소와 '얼마나 자주' 대응되는지 통계를 내 보지 않았다. '얼마나 자주'라 함은 (1)얼마나 다양한 형태소에서 해당 대응이 나타나는지, (2)해당 대응을 보이는 형태소가 얼마나 다양한 단어에 사용되는지, (3)해당 대응을 보이는 단어가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 ... 등을 의미하고, 이를 따져 보아야 유용한 대응관계 위주로 암기하도록 하여 실용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냥 공부 많이 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감각이 생길 수도 있지만)

+ 중국어 역사언어학(a.k.a. 한어음운학, 한어음운학, 중국어역사음운론) #베트남어 역사언어학의 개입이 없으면 수많은 '예외'들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재미와 실용성을 느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생각하고 공유해 본다.